
미국이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을 국방수권법(NDAA)에 포함해 법제화하면서 바이오 산업도 '국가안보 자산'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K-바이오 역시 생산설비 경쟁만으로는 부족한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보안·데이터 관리 역량이 새로운 수출 경쟁력으로 떠오른 셈이다.
산업연구원은 11일 '미(美) 생물보안법 발효가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단순한 생산능력 확충을 넘어 공급망 투명성, 임상·유전체 데이터 보호, IT 보안 체계까지 종합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법안은 미국 연방정부 조달·연구개발(R&D)·보조금과 연계된 공급망에서 이른바 '우려 바이오 기업(BCC)'을 단계적으로 배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R&D, 임상, 제조, 데이터 관리 전 과정에서 보안·투명성 기준을 끌어올렸다.
특히 단독법이 아닌 국방수권법 조항으로 편입되면서 집행력과 법적 구속력이 강화됐다. 미 행정부가 지정한 BCC와의 계약·조달을 제한하고, 해당 기업의 장비·서비스를 사용하는 제3자와의 계약까지 문제 삼는 구조다. 특히 미 연방기관(국방부·보건복지부·보훈부 등)과 NIH·CDC·FDA 등 산하기관의 조달망에서 BCC 배제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법 시행의 파급은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실사 강화'로 요약된다. R&D 단계에선 실험 장비 제조사와 CRO 파트너의 신뢰성, 데이터 유출 위험 관리가 중요해지고, 임상 단계에선 임상데이터 관리시스템(CDMS)과 유전체 데이터의 보안 체계가 핵심 심사 항목이 된다. 제조(CMO·CDMO) 단계에선 배양·정제 장비와 원료의약품 공급망의 추적 관리가 필수화된다. IT·데이터 영역에선 국외 이전 통제와 소프트웨어 자재명세서(SBOM) 관리 요구가 강화된다. 단순 '공장을 돌리는 역량'만으로는 미국 시장에 들어가기 어렵고, 데이터·보안 관리 능력 자체가 수출 경쟁력으로 전환되는 셈이다
미국 내에서 BCC의 입지가 축소되면, 글로벌 제약사의 외주 생산(CDMO) 물량은 상대적으로 '신뢰 가능한 파트너'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산업연구원은 특허만료(특허절벽) 국면과 맞물려, 중국 CDMO에 대한 신뢰 저하가 계약 전환 수요를 자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한국 CDMO에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조치의 직접 타깃은 미 연방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조달·연구개발 영역으로, 글로벌 민간 제약사의 자체 자금으로 이뤄지는 해외 임상·R&D는 원칙적으로 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다만 국내 생산시설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향후 미 연방정부와 계약하려면, 공급망 내 BCC 장비·서비스 사용 여부에 대한 소명과 증빙이 요구될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는 “기업 단독 대응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공급망 실사 가이드라인과 표준 체크리스트가 필요하다”면서 “국제 보안 인증 취득 비용과 컨설팅을 지원하는 수출 인프라형 지원책과 미국 현지 브라운필드 투자(기존 공장 인수) 시 BCC 장비 교체 비용 등 숨은 규제 리스크를 사전에 평가·완화할 수 있는 정책 금융·보증 연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