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韓 관세 인상 예고]국회 겨냥한 트럼프…디지털규제법안 갈등, 관세 합의까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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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6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마친 후 민주당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쿠팡을 비롯해 디지털 플랫폼 규제로 촉발된 한미 무역 갈등이 결국 국회의 '입법 책임' 문제로까지 확대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국회가 양국 정부 간 무역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관세 인상을 예고하면서다.

이 과정에서 무역 합의의 법적 성격을 둘러싼 해석 차이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당시 국회 비준이 필요한 조약인지, 국내 입법으로 이행하면 되는 양해각서(MOU) 성격인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었는데, 정부·여당은 비준 대상이 아니라, 후속 입법으로 이행하는 사안이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번에도 여당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비준 사안이 아닌 입법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올린 글의 요지는 우리나라가 무역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자국은 무역 합의에 따라 관세 인하 등의 조치를 취했는데, 우리나라는 하지 않고 있다 지적했다. 특히 “한국 국회가 협정을 승인(approve)하지 않았다”며 합의 이행 주체로 우리 국회로 지목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안은 단순한 관세 문제라기보다, 우리나라의 디지털 규제를 둘러싼 양국 간 인식 차이가 누적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플랫폼 규제 법안과 관련해 미국 측이 지속해 문제를 제기해왔고, 이 과정에서 통상 이슈와 맞물리며 긴장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미국을 잇따라 방문해 쿠팡을 비롯한 디지털 규제 문제를 협의했고, 이후 미국 정부는 우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부총리) 앞으로 관련 서한까지 전달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디지털 규제 이슈가 관세·투자 문제와 결합하며 미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둘러싸고 정치권 공방도 본격화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비준 거부'가 아닌 '입법 지연' 문제로 규정하고 있다. 한미 관세 합의는 조약이 아닌 양해각서(MOU) 성격으로, 국회 비준 대상이 아니라 국내 입법을 통해 이행하는 구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여당 간사인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미 투자특별법이 아직 통과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으로 이해한다”며 “비준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이행 속도가 느리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법안이 작년 11월 발의됐지만 예산 심사와 인사청문회 일정으로 논의가 지연됐다고 부연했다. 특히 “국회가 의도적으로 법안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해석은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야당은 '외교 참사'라고 비판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시 야당은 국회 비준 동의가 우선이라고 누차 강조했지만, 정부·여당은 국회 비준이 필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며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의 책임은 국회 비준이 필요한 중대한 통상 합의를 체결하고도 비준 절차를 외면한 이재명 정부와 여당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덧붙였다. 또 대미투자특별법 발의 이후에도 정부·여당이 이를 처리하기 위한 어떠한 요구나 요청도 하지 않았다며 “이 같은 상황이 닥칠 것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손을 놓고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approve'가 국회 비준을 의미하는지, 행정부 차원의 이행을 뜻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며 “미국 측에 의미를 확인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대미 소통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쿠팡 등 디지털 플랫폼 규제를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통상 압박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통상 전문가는 “미국은 디지털 규제, 투자 환경, 관세를 하나의 통상 패키지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사안은 그 인식 차이가 표면화된 사례”라고 분석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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