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안 하면 술만 는다?… 재택근무 이후 음주 습관 나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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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가 일과 삶의 자율성을 넓혔지만 근무 중 술을 마시는 이른바 '은밀한 음주(secret drinking)' 현상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英서 4명 중 1명 이상 “술 더 자주 마셔”…자유도 높아져 음주로 연결

재택근무가 일과 삶의 자율성을 넓혔지만 근무 중 술을 마시는 이른바 '은밀한 음주(secret drinking)' 현상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현지시각) 영국 데일리메일은 영국의 민간 정신건강·중독 치료기관 프라이어리가 진행한 조사 결과를 인용해 재택근무자 가운데 4명 중 1명 이상이 과거보다 술을 더 자주 마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응답자 6명 중 1명은 재택근무가 시작된 이후 주변인의 음주 습관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대도시 거주자와 고소득층에서 두드러졌다. 런던에 사는 응답자의 약 3분의 1은 집에서 일하게 된 뒤 음주 빈도가 증가했다고 했고, 연봉 10만 파운드(약 1억7000만원) 이상을 버는 재택근무자의 43% 역시 출근 근무 시절보다 술을 더 많이 마신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업무 공간이 가정으로 옮겨오면서 음주를 제한하던 사회적·물리적 장치가 느슨해진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프라이어리의 치료 서비스 책임자이자 심리치료사인 데비 롱스데일은 “직원들이 대면 근무 부담에서 벗어나 일정과 화상회의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되면서 그 자유도가 음주로 연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 따르면 알코올이나 약물 문제로 치료를 받는 성인 수는 최근 10여 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2023~2024 회계연도 동안 잉글랜드에서 3만명 이상이 알코올 관련 치료를 받았으며 재택근무가 본격화된 2020년 이후 상담 신청은 약 3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적인 국민 음주량은 물가 상승과 건강에 대한 인식 변화,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잉글랜드 성인 네 명 중 한 명은 NHS가 권고하는 주당 14유닛(맥주 500㎖ 약 6캔)을 넘겨 술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금주 캠페인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국제책임음주연합(IARD)의 줄리언 브레이스웨이트 최고경영자는 “한 달간 술을 끊는 것이 장기적인 행동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폭음과 극단적 금주를 반복하기보다는 꾸준히 조절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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