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거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반도체와 대규모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투자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네트워크 장비 생태계는 국내에서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AI 및 고성능 컴퓨팅(HPC)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차세대 이더넷 기술 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들 기술은 기존 대비 두 배 이상 빠른 최대 1.6Tb/s 전송 속도, 수십 테라비트급 처리 용량, 무손실·초저지연 전송 특성을 갖춘 구조로 설계됐다.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AI 전용 스위치 포트폴리오를 전면 교체하고, AI 네트워크 자동화 시스템도 도입해 운영 중단 시간을 90% 이상 단축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반면 국내는 여전히 AI 트래픽을 감당할 네트워크 기술 공백이 크다. GPU·서버·전력 등 연산 인프라에는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를 연결할 네트워크 계층 기술은 국산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외산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실정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용 스위치 시장은 글로벌 외산 장비가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엔비디아 전용 통신 프로토콜인 인피니밴드를 중심으로 GPU·서버·네트워크를 통합한 폐쇄형 생태계를 구축했다. 국내 주요 사업자들은 안정성과 검증된 성능을 이유로 해당 구조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네트워크 업계는 '울트라 이더넷(Ultra Ethernet)' 기반의 개방형 생태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울트라 이더넷은 엔비디아의 인피니밴드(InfiniBand)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이더넷 기술이다. 수천 개의 GPU와 슈퍼컴퓨터를 초고속·초저지연으로 연결하기 위해 설계됐다. 오픈소스 기반으로 설계돼 진입 장벽이 낮아, 기존 폐쇄형 생태계에 비해 국내 중소 네트워크 장비 기업들의 참여 가능성도 더 높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실제 국내 장비업체들은 울트라 이더넷을 전략적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이더넷 장비 시장은 아직 글로벌 기업과 기술 격차를 극복할 여지가 있는 분야로, 기술력과 대응 전략만 갖춘다면 글로벌 생태계 참여는 물론 국산 대체 기술로 성장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전망이다. 장비사 관계자는 “당장 엔비디아 생태계는 진입이 쉽지 않지만, 울트라 이더넷 기반의 로키(RDMA) 생태계는 국내 장비업체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400Gbps급부터라도 국책으로 한번 해보자는 업계 제안이 있는 상황이고, 정부도 이런 분위기는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