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엔비디아 H200 中 수출 허용…반도체 전쟁 '새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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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 연합뉴스)

미국이 중국에 가했던 반도체 수출 규제 빗장을 일부 풀었다. 엔비디아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H200' 중국 수출을 승인했다. AI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중국을 압박해온 미국 전술에 변화가 생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미국이 강력한 국가 안보를 계속 유지하는 조건으로 엔비디아가 중국 및 다른 국가 승인된 고객에 H200 제품 출하를 허용할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H200 수출을 승인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긍정적으로 반응했으며, AMD, 인텔, 그리고 다른 위대한 미국 기업들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H200은 지난 2023년 출시된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다. 최신 칩인 '블랙웰'보다 성능이 떨어지지만 기존 중국에 수출됐던 H20 반도체보다는 추론 성능이 2배, AI 학습 연산에서는 6배 뛰어나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과 기술 격차를 유지하면서도 실익을 거두기 위해 규제를 일부 완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전 세대 AI 반도체 공급으로 수익은 얻되 최신 칩 공급은 막아 일정 수준 격차를 두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 최첨단 AI 반도체 칩인 블랙웰과 출시 예정인 루빈은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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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H200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이 AI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수출 통제를 풀어야한다”고 주장해왔다. AI 반도체 수출을 막을 것이 아니라 중국에 반도체를 판매해 시장을 선점하고, 미국 기술에 의존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다.

첨예하게 대립해온 미중 무역전쟁, 특히 반도체와 AI 패권 경쟁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린다. 미중은 내년 4월 예정된 정상회담을 앞두고 해빙 무드를 조성하고 있다.

'딥시크' 등 경량 AI 모델을 선보인 중국이 H200으로 AI 발전에 더 가속도를 붙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싱크탱크 '진보연구소'(IFP)의 알렉스 스탭은 AFP 통신에 이번 결정을 “엄청난 자살골”이라고 말했다.

AI 칩의 중국 수출길이 열리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에는 기회가 생길 전망이다. 엔비디아 H200에는 HBM3E 8단이 탑재됐다. SK하이닉스가 주력으로 공급해왔고, 삼성전자도 승인을 받았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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