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자 신호까지 포착”…GIST, 인공태양 연구 핵심 중수소 감응도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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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에너지(5~40 keV) 중수소를 조사한 이미징 플레이트의 반복 스캔 결과.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임기철)은 방우석 물리·광과학과 교수팀이 기존 입자 검출 장비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 청정에너지로 주목받는 핵융합의 핵심 연료 '중수소 이온'이 실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에너지 구간(5~200 킬로전자볼트(keV))에서의 절대 감응도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절대 감응도란 입자 한 개가 검출기에 남기는 실제 신호의 세기를 뜻한다. 이를 알면 많은 입자가 동시에 들어오는 고강도 방사선 환경에서도 입사 입자 수와 방사선량을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있다.

중수소 이온은 자연계 수소 가운데 약 0.015%만 존재한다. 양성자와 중성자를 각각 하나씩 가진 특별한 수소다. 중수소가 전자를 잃어 양전하를 띠게 된 상태를 중수소 이온이라고 부른다. 일반 수소 이온보다 무거워 물질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다르며, 핵융합 연구와 플라즈마 물리, 가속기 실험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수소 이온은 핵융합·플라즈마·가속기 연구에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핵융합에 필수적인 주요 에너지 영역(수 keV~수백 keV)에서는 검출기 '포화' 때문에 절대 감응 데이터를 확보할 수 없었다.

연구팀은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양성자가속기(KOMAC)에서 생성된 단일에너지(5~200 keV) 중수소 이온 빔을 이미징 플레이트에 조사해 실험을 진행했다. 반복 스캔으로 복원한 신호는 이론적 모델 예측값과 매우 높은 일치도를 보였다. 이로써 그동안 존재하지 않던 5~200 keV 구간의 중수소 절대 감응 데이터를 최초로 확보했다.

또한 기존에 더 높은 에너지에서 확보됐던 데이터와도 자연스럽게 이어져 완전한 감응도 교정 곡선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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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우석 교수(왼쪽)와 김형일 학생.

연구팀이 개발한 '다중 스캔 재구성 기술'은 기존 장비(스캐너·이미징 플레이트)를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포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성과 파급력이 매우 크다. 핵융합 분야뿐만 아니라, 고선량 방사선 치료나 의료 영상 진단 등 방사선 양을 정밀하게 측정해야 하는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이번 성과는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확보되지 않았던 핵심 데이터를 처음으로 측정한 것으로 핵융합·가속기·방사선 계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확한 입자 계측의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최근 전남 나주시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인공태양(핵융합) 연구시설과도 직결된다. 핵융합 장치 내부에서 발생하는 고에너지 중수소·삼중수소 입자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서는 신뢰성 높은 절대 감응 데이터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방우석 교수는 “이 기술은 많은 입자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극한 실험 환경에서도 신호를 정확히 읽어낼 수 있는 새로운 진단 기법을 제시한 것”이라며 “이번 연구로 확보한 절대 감응도 데이터는 국제 핵융합·가속기 실험에서 즉시 활용될 수 있으며, 다양한 입자 실험 연구에도 폭넓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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