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직장인의 평균 통근 시간이 세계 주요 국가 중에서 가장 길다는 조사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따르면,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치대와 캐나다 맥길대 연구팀은 43개국 거주자의 이동 데이터를 분석했다. 세계 평균 통근 시간은 1시간 8분이고, 한국은 이보다 약 1.5배 긴 1시간 48분이 소요됐다. 한국 직장인의 출퇴근길이 얼마나 고된지 보여준다.
긴 이동 시간이 편안한 것도 아니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은 '지옥철'이라 불릴 만큼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다. 직장인 대부분 무거운 가방을 멘 채 서서 스마트폰 또는 책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기 마련이다. 이러한 일상은 허리를 비롯한 직장인 건강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통근 시간 연구를 주도한 에릭 갤브레이스 박사는 “통근 시간은 개인의 식사, 이동, 휴식 패턴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장기적으로 건강과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장시간 서 있는 시간이 반복되면 특히 척추에 지속적인 압박이 가해진다. 여기에 스마트폰을 보기 위해 고개를 숙이면 상체 중심이 앞으로 쏠리면서 목부터 허리까지 정상보다 큰 하중이 가해진다. 한쪽 어깨로 가방을 메는 습관 역시 골반과 척추 균형을 무너뜨리고, 급정거와 출발이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허리 근육과 인대는 순간적인 충격을 흡수하며 과도한 긴장 상태가 반복된다.
이러한 환경이 수개월, 수년에 걸쳐 반복되면 허리 주변 근육은 쉽게 피로해지고,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이 누적돼 척추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허리 통증은 흔한 증상이라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통증이 엉덩이와 허벅지, 종아리까지 뻗쳐 내려오거나 다리가 저리는 느낌이 이어진다면, 이는 척추뼈 사이에 충격을 흡수하는 디스크가 손상됐다는 경고일 수 있다. 단순 피로로 치부하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다행히 허리디스크는 수술로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 아니다. 수술이 필요한 중증이 아니라면, 침·약침, 추나요법, 한약처방 등을 병행하는 한의통합치료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한의통합치료의 허리 통증 개선 효과는 여러 연구 논문에서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그중 자생한방병원 연구팀이 SCI(E)급 국제학술지 '통증연구저널'에 게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의통합치료가 일반 약물치료보다 허리디스크 개선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연구팀은 중증 하지방사통이 3일 이상 지속된 허리디스크 환자 30명을 비약물 한의통합치료군과 약물치료군으로 나눠 8주간 주 2회씩 치료를 시행했다. 치료 전 평균 6.9였던 통증(NRS; 0~10)이 치료 직후 한의통합치료군 2.83, 약물치료군 2.73으로 모두 호전됐다. 한의통합치료군은 26주 차까지 안정적인 통증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약물치료군은 14주 차에 통증이 다시 4점대로 상승했다. 삶의 질 평가(EQ-5D, SF-6)와 경제성 평가에서도 한의통합치료가 안정적이고 비용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나타났다.
척추 질환 치료를 받더라도 생업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만큼 평소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통근 시 최대한 스마트폰은 눈높이로 들어 올려 보고, 가방은 균형 있게 멜 것을 권한다. 서 있을 때는 배에 가볍게 힘을 주고 허리를 세운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이런 습관만으로도 허리 부담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김동우 일산자생한방병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