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인공지능(AI), 에너지, 방위산업 등 전략 분야에서 협력을 전면 확대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을 계기로 진행한 정상회담의 결과다. 대통령실은 “현재 논의한 사업만 합쳐도 1000억 달러(150조원) 규모의 경제효과가 가능하다”며 “전략적 파트너십이 실질적 경제동맹으로 격상되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아부다비 대통령궁 '카사르 알 와탄'에서 확대회담과 단독회담을 잇달아 진행했다.
확대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해외 국빈 방문국이 UAE라는 점을 언급하며 “양국이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파트너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확고한 신뢰와 형제의 정신을 기반으로 어떤 외교적 변화가 있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협력 구조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양국 협력의 상징인 원전 파트너십을 언급하며 “바라카 원전은 중동 최초의 상업 원전이자 양국 에너지 협력이 타의 모범이 되는 사례”라며 “한국과의 협력 모델이 양국 관계를 지탱하는 근간”이라고 평가했다.
회담을 마친 뒤 양 정상은 '한국과 UAE 100년 동행을 위한 새로운 도약'이라는 제목의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 직후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은 브리핑에서 양국이 AI 인프라·방산·문화 등 전 분야에서 협력을 고도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양국이 전략 분야로 지목한 핵심 분야는 AI다. 하 수석은 “양국의 AI 협력은 기술 교류 수준을 넘어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를 함께 구축하는 단계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 국가AI전략위원회와 UAE AI첨단기술위원회(AIATC)는 '전략적 AI 협력 프레임워크'를 공동 발표하고 △AI·에너지 인프라 △반도체 공급망 △로봇 등 피지컬 AI △산업·공공 부문 AI 적용 △AI 규범·제도 마련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핵심 사업은 UAE가 추진 중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다. 초기 투자만 200억 달러(약 30조 원), 향후 5기가와트(GW)급 데이터센터 완성 시 최대 100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초대형 AI 인프라 구축 사업이다. 양국은 데이터센터·전력망·에너지저장장치(ESS)·냉각시스템 등 기반시설에 한국 기업이 우선 참여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하 수석은 “기술과 운영 능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해외 수주 기회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또한 부산항과 아부다비 칼리파항을 대상으로 하는 'AI 항만 물류 프로젝트'를 시범 추진해 해운·물류 분야 피지컬 AI 적용도 확대한다.
방산 분야 협력도 한층 고도화한다. 강 실장은 “기존 구매 중심 협력을 넘어 '공동 개발-현지 생산-제3국 공동 수출'로 이어지는 완성형 가치사슬을 구축하기로 했다”며 “150억 달러 규모 이상의 방산 수출 사업에 우리 방산기업의 수주 가능성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무함마드 대통령이 단독 회담에서 “더 많은 협력”을 요청해 협력 규모는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이날 발표된 7건의 MOU에는 방산 항목이 포함되지 않았다. 강 실장은 “구체화를 위한 추가 논의가 필요해 MOU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규모가 더 커질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자원 분야 협력도 대폭 확장됐다. UAE는 △석유·가스 △석유화학 △원전 △수소 △재생에너지 △스마트 플랜트 등 '전통+신에너지' 전 분야에서 한국 기업과의 협력 의지를 피력했다.
그 일환으로 한국석유공사와 UAE 석유공사는 원유 비축 협력을 400만 배럴에서 1000만 배럴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향후 2~3배 규모로 늘리는 방안도 논의했다. UAE는 LNG, LPG, 암모니아, 조선 등에서도 한국 기업과의 구체적인 프로젝트 발굴을 희망한다고도 요청했다. 하 수석은 “200억 달러 규모 바라카 원전을 뛰어넘는 차세대 통합형 해외사업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전력공사와 UAE 원자력공사(ENEC)는 제3국 원전 시장 공동 진출 MOU를 체결하며, SMR·수소·암모니아·CCUS 등 미래 에너지 분야로 협력의 외연을 넓혔다.

양국은 'UAE K-City'(가칭) 조성에도 합의했다. 이는 산업·기술·문화·의료·우주항공·K-컬처를 통합하는 신개념 복합 클러스터로, 미래 산업을 아우르는 '전주기 플랫폼'을 목표로 한다.
중동 K-컬처 시장은 2025년 441억 달러에서 2030년 704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대통령실은 “K-City가 중동·아프리카·유럽을 겨냥한 공동 수출 거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효과 총액에 대한 질문에 강 실장은 “1000억 달러는 포괄적 전망”이라며 “현재 기준으로 AI 약 200억 달러, 방산 약 150억 달러는 충분히 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양국은 적시 소통을 통해 합의 내용을 신속히 성과로 구현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양국은 AI·에너지·방산 등 3대 분야를 통합·연계한 대형 협력 프로젝트의 발굴을 추진하기로 했다고도 밝혔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