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통신업계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 이후에도 마케팅 비용 효율화 기조를 이어갔다. 인공지능(AI) 신사업 투자와 해킹 사태에 따른 보안 강화 필요성이 커지면서 통신시장 경쟁을 최소화하는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올 3분기 지출한 마케팅 비용은 각각 7190억원, 5852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단통법 폐지가 시행됐지만 직전 분기인 2분기와 비교해 마케팅 지출 규모에 큰 변화는 없었다.
SK텔레콤의 경우 단통법 폐지 이전인 2분기 7250억원과 비교해 오히려 0.8% 줄었다. LG유플러스는 5.2% 증가했지만 경쟁사 해킹 사태에 따른 반사효과에 따라 고객 유입이 늘면서 획득비가 늘어난 영향이다. 전체 서비스 수익 대비 마케팅비용 비중은 전분기와 유사한 20.1%를 유지했다.
통신사 간 번호이동도 정체된 상황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이동통신 번호이동 건수는 7월 95만6863건으로 최고치를 찍은 후 8월 64만4618건, 9월 64만3857건, 지난달 60만66건으로 석달 연속 감소세다. 번호이동은 시장 경쟁 강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단통법 폐지 이후 오히려 시장 경쟁이 약화된 셈이다.
정부는 단말기 보조금 상한을 없애 마케팅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취지로 단통법을 폐지했지만 정작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통신업계는 가입자 유치를 위한 과열 경쟁을 지양하는 분위기다. 5G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인데다 AI 투자 경쟁에 더해 해킹 사태에 따른 대규모 보안투자가 요구되면서 마케팅 재원 확대 여력이 부족하다. 마케팅 지출 여력이 제한되면서 경쟁사를 압도할 만한 지원금 경쟁에 나서기 쉽지 않은 상태다. 4분기에는 SKT뿐 아니라 KT 역시 해킹 관련 비용이 본격 반영되며 실적 전망이 어둡다.
여명희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날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7월 단통법 폐지로 경쟁 심화 우려가 있었지만 시장 안정 국면에 접어들며 완화된 흐름이 지속됐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올해 이통 3사의 연간 마케팅비가 합산 7조4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단통법이 있었던 2023년 7조7533억원, 지난해 7조6118억원보다도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