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31일 개막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상북도 경주가 세계 정치·경제의 중심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21개 회원국의 정상급 인사가 속속 집결하면서, 고도(古都) 경주가 '글로벌 협력의 수도'로 변모하는 장면이 연출될 전망이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 호주, 인도네시아 등 APEC 주요 회원국 정상이 29일부터 잇따라 입국해 회의 일정에 돌입한다.
이번 회의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미·중 정상의 동시 방한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처음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1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두 정상 모두 국빈 자격으로 지방 도시를 방문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서울이 아닌 경주에서 미·중 정상이 나란히 서게 되면서, 한반도 외교의 지형도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질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도 취임 직후 첫 해외 일정으로 APEC 무대를 선택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앤서니 앨버니즈 호주 총리,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도 참석해 역내 협력 의제를 논의한다. 남미에서는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이 유일하게 참석한다. 칠레는 한국과 최초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중남미 국가로, 오랜 경제 협력의 상징적 파트너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대신 알렉세이 오베르추크 국제문제 부총리가 대표단을 이끈다. 대만은 린신이 총통 선임고문을 보낸다. 그는 2005년 부산 APEC에서도 대만 대표를 맡았다.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홍콩에서는 존 리 행정장관이 참석하고, 최근 대통령 탄핵 이후 정치 불안이 이어진 페루와 멕시코는 장관급 인사가 대표로 나온다.
APEC 회원은 아니지만 칼리드 아부다비 UAE 왕세자와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첫 본회의 세션에 특별 연사로 참석한다.
정상 대부분은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의전 차량 행렬(모터케이드)을 타고 경주로 이동한다. 일부는 인천공항을 이용해 국내선 항공기나 KTX를 택할 예정이다.
경주 보문단지 일대에는 정상급 숙소 35곳이 마련돼 있으며, 미국은 힐튼호텔, 중국은 코오롱호텔, 일본은 라한셀렉트 호텔을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방 도시에서 처음 열리는 대규모 정상외교 행사인 만큼, 의전과 경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정상들의 동선을 전담하는 의전관 70여 명이 숙소와 회의장 간 이동을 관리하며, 행사 기간 내내 경주의 주요 도로와 시설은 특별 통제 구역으로 지정된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