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포 상태를 원하는 방향으로 조절하는 것은 신약 개발, 암 치료, 재생 의학 등 생명과학 분야 핵심 과제지만, 적합한 약물이나 유전자 표적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이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 연구진이 세포·약물 반응을 마치 레고 블록처럼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는 방식으로 수학적 모델링해, 세포·약물의 새로운 반응은 물론 임의의 유전자 조절 효과까지 예측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했다.
KAIST는 조광현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팀이 생성형 AI를 활용해 이와 같은 기술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잠재공간'은 이미지 생성 AI가 사물이나 세포 특징을 수학적으로 정리해 놓은 보이지 않는 '지도'와 같은 공간이다. 연구팀은 이 공간에서 세포 상태와 약물 효과를 각각 분리해내고, 이를 다시 조합해 실험하지 않은 세포-약물 조합 반응을 예측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이 원리를 확장해, 특정 유전자를 조절했을 때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도 예측할 수 있음을 보였다.
연구팀은 실제 데이터를 활용해 이 기술을 검증했다. 그 결과 대장암 세포를 정상 세포에 가까운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분자 표적을 AI가 찾아냈고, 이를 세포 실험으로 입증했다.
이는 이번 성과가 암 치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학습되지 않은 다양한 세포 상태 전환과 약물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범용 플랫폼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약이 세포 안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원리까지 밝힐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성과는 세포를 원하는 상태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앞으로 신약 개발이나 암 치료뿐만 아니라, 손상된 세포를 다시 건강한 세포처럼 되살리는 연구 등 여러 의학 분야에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광현 교수는 “이미지 생성 AI 기술에서 착안해 세포도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아이디어인 '방향 벡터' 개념을 적용했다”며, “이번 기술은 특정 약물이나 유전자가 세포에 미치는 효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반응까지 예측할 수 있는 범용 AI 방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의 한영현 박사, 김현진 박사과정, 이춘경 박사가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셀 출판사가 출간하는 국제 학술지 셀 시스템에 15일자 논문으로 출판됐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사업과 기초연구실 사업 등 지원으로 수행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