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리야드 스타트업 허브 'The Garage'…24시간 불 켜진 사우디 혁신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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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야드 중심부에 위치한 '더 개러지(The Garage)'의 정문 모습

리야드 중심부, 도심 한복판의 드넓은 주차장이 사우디 혁신의 심장으로 탈바꿈했다. 이름은 '더 개러지(The Garage)'. 과거 '차고'가 실리콘밸리 혁신의 출발점이었듯, 이곳은 사우디가 '석유 이후'를 준비하며 미래 산업을 키워내겠다는 의지가 응축된 공간이다.

정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마치 테마파크를 연상케 한다. 네온사인과 그래피티로 장식된 벽, 자유롭게 앉아 일하거나 토론하는 다양한 국적의 젊은 창업자들, 곳곳에 배치된 오락기와 카페 공간이 활력을 불어넣는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복도와 사무 공간 곳곳이 원래 주차장이었던 흔적을 그대로 살려 디자인돼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곳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늦은 밤에도 회의실은 빛을 밝히고, 개발자들은 노트북을 붙잡은 채 아이디어를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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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벽면에는 성공한 스타트업들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1층 벽면에는 성공한 스타트업들의 사진이 전시돼 있다. 스타트업들의 발자취가 한눈에 드러나는 이 공간은 후발 주자들에게 도전 의식을 심어주는 장치다. “이 벽면 자체가 혁신의 계보를 보여준다”는 설명처럼, 사진 속 인물들은 창업가들의 꿈과 도전을 상징한다.

지친 몸을 눕힐 수 있는 전용 수면실(Nap Area)도 눈길을 끈다. 남녀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현지 문화적 특성 탓에 여성 이용자는 드문 편이다. 그래도 창업자들에게는 하루의 고비를 넘기기 위한 소중한 쉼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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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개러지(The Garage)'의 인기공간 중 하나인 수면실 모습.

또 다른 한쪽에는 도서관이 자리하고 있다. 긴 책장에 최신 경영·기술 서적이 빼곡히 꽂혀 있고, 알록달록한 소파 위에서는 창업자들이 자유롭게 책을 펼쳐 든다. 이곳은 자연스러운 대화와 네트워킹이 이어지는 또 다른 '학습의 장'이다.

'더 개러지'는 스타트업 성장 단계별 지원 체계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초기 단계 기업은 인큐베이터에서 프로토타입을 제품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을 돕고, 성장 단계 기업은 엑셀러레이터를 통해 멘토링, 투자자·파트너 연결, 데모데이 참가 기회를 지원받는다. 이 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6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졸업'해 사우디 생태계로 진출했다. 졸업 과정에서는 제품 실험실, 18개월 집중 지원 프로그램, 창업자 급여 보장 등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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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직원들이 자신의 사무 공간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최근 출범한 '더 개러지 아카데미(Garage Academy)'는 기술과 리더십 교육, 학생·청년 창업 지원에 방점을 찍었다. 여성 엔지니어 육성 프로그램, 직업 훈련 과정, 장학 제도까지 연계하며 현지 인재와 글로벌 인재를 동시에 키워내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분위기는 또 달라진다. 이곳에는 대규모 행사를 열 수 있는 전용 홀이 자리해 있다. 스타트업 관련 주요 포럼, 데모데이, 글로벌 네트워킹 이벤트가 대부분 이곳에서 열린다. 이날도 행사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사우디 정부는 향후 이 일대를 '특별경제구역(SEZ)'으로 지정해 별도의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AI·사이버보안·IoT·블록체인·로보틱스 등 미래 신산업을 집중 육성해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고, 현지 고용 창출 기업에는 보조금, 해외 인재를 유치하는 기업에는 리로케이션 지원금 등을 제공할 방침이다.

더 개러지 운영 관계자는 “이곳의 입주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며 “일부 스타트업 중에는 정식 입주 자격 없이 '몰래' 들러와 일하고 가는 사례까지 있을 정도다. 그만큼 스타트업 생태계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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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arage' 내에 위치한 카페 모습.

리야드=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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