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진 두 번째 발표에서는 웹3와 디파이(DeFi)가 가능성 단계를 넘어 급격히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스테이킹·거래·대출 등 디파이 서비스가 글로벌 차원에서 확장되는 가운데, 국내는 인프라 부족과 규제 공백으로 대응이 더딘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디파이가 이미 현실화한 만큼 앞으로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을 어떻게 담보할지 논의를 본격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송원준 두나무 크립토 프로덕트팀장은 “웹3는 탈중앙성과 프로그래머블(Programmable) 특성을 통해 기존 금융의 복잡한 계좌·중개 절차 없이 인터넷만 있으면 누구나 접근 가능한 시스템”이라며 “세계적 기업들이 이미 결제, 커스터디, 스테이블코인, 온체인 고객확인제도(KYC)까지 아우르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코인베이스는 거래·수탁·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넘어, 온체인 인증 서비스 'Base'를 통해 90만건 이상의 온체인 KYC를 달성하며 새로운 디지털 금융 인프라를 확장하고 있다. 온체인 KYC 이용이 지난 1년간 65만 건이 증가하는 등 빠른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서클은 달러 스테이블코인 유에스디코인(USDC)를 기반으로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구글 클라우드는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와 자동 결제 프로토콜을 발표하고 스트라이프는 스테이블코인 결제 서비스 영역을 본격 확장하고 있다.
송 팀장은 “웹3 분산원장 시스템에서 가장 활발히 활용되는 영역이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며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스테이킹(리도), 거래(유니스왑), 대출(아베)이 대표적인 활용 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고 소개했다.
송 팀장은 “디파이는 기존 금융을 단순히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 금융 아이디어가 프로그래밍을 통해 자동으로 돌아가는 구조”라면서 “디파이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유동성이 필수적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스테이블코인과 랩드 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실에서 주택 구입 같은 대출·상환 과정은 짧게는 1년, 길게는 30년이 걸릴 수 있지만, 디파이에서는 프로그래머블한 특성 덕분에 단일 블록 안에서 모든 절차를 처리할 수 있다”면서 “짧은 순간에 자산 유동성을 활용해 청산을 실행하거나 대출을 갈아타는 등 기존 금융에서는 불가능했던 다양한 거래가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이더리움에서 하나 블록이 생성되는 데 약 10초가 걸리는데, 블록 시작 시점에 대출을 실행하고 종료 시점에 상환을 마칠 수 있다는 얘기다.
송 팀장은 “해외에서는 금융 서비스와 디파이를 활용한 자산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입출금 과정에서 이를 연결할 인프라가 사실상 부재하다”며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레이어2 블록체인인 '기와체인'을 구축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와는 옵티미스틱 롤업 기반 레이어2 블록체인이다. 국내 개발자와 이용자가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웹3 생태계를 구축해, 해외 중심으로 돌아가는 블록체인 시장에서 한국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조 발제 이후 이어진 토론 세션에서는 디파이(DeFi) 규제 공백에 대한 우려와 제도적 대응 필요성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윤종원 KDI 초빙연구위원은 “금융은 정보 비대칭성과 역선택, 시장 실패가 발생할 수 있는 영역인 만큼 동일 활동, 동일 위험에는 같은 규제가 적용돼야 한다”며 “정부가 혁신을 지원하더라도 금융소비자 보호와 자금세탁방지 같은 가치는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위원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혁신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규제 체계가 없는 상태에서 사고가 터지면 소비자 피해가 생기고 책임 소재도 모호하기 때문에 규제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도 “디파이는 만들어낸 주체가 있더라도 실제 운영은 탈중앙화 자율조직(DAO)를 통해 이뤄지는 특성 때문에 기존 라이선스나 행위 규제를 적용하기 어렵다”며 “대출과 스왑 서비스가 이미 급격히 확산한 만큼, 제도권이 현상을 외면하기보다 어떻게 관리할지 고민이 병행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수현 한국외대 교수는 “중앙화 금융(CeFi)은 규제 체계 안에서 블록체인을 접목해 왔지만, 디파이는 완전히 별개로 움직이며 시장을 키우고 있다”며 “제도적으로 규율할 것인지, 아니면 일정 부분 자율에 맡길 것인지 방향을 정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디파이 자체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는 데도 의견이 모아졌다. 조윤제 좌장은 “디파이는 단순히 중앙화 금융의 연장선이 아니라 국가 주권과 시장 질서를 구분하던 벽을 무너뜨리며 새로운 금융 시스템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면서 “과거 세계화 과정에서도 금융과 정보는 이미 국경을 넘어 움직였지만, 블록체인과 결합한 디파이는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기존 국가 규제 구조를 흔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시장과 시민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단계”라며 “국가 규제와 시장 현실 간 불일치가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유재수 간사는 “디파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지만, 시장 환경을 보면 커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 이미 갖춰지고 있다”며 “JP모건이 최근 예금 토큰을 발행하면서 사실상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구조를 도입한 것도 그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스테이킹과 대출 등 디파이 서비스의 기본 단위로 자리 잡은 만큼, JP모건 토큰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미 RWA(실물연계자산)와 펀드 토큰화가 본격화됐고, 비자(Visa)나 주요 금융기관들이 속속 관련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상당수 금융 자산이 토큰화 단계에 진입했다”며 “이렇게 되면 결국 디파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자산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전통 금융권을 위협할 수 있는 대표적 요인으로는 디파이의 이자 지급 구조가 지목됐다.
송 팀장은 “전통 은행 금리는 중앙은행과 정책위원회가 정한 기준금리에 따라 움직이지만, 탈중앙화 금융에서는 금리가 실시간으로 변동한다”며 “자산 예치자가 많아지면 이율이 내려가고, 대출 수요가 늘어나면 금리가 오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류정혜 AI미래포럼 공동의장은 “중앙화 금융(CeFi)에서는 보유 자산만으로는 이자를 받기 어렵지만, 디파이에서는 단순히 코인을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위험이 크더라도 높은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디파이 확산을 이끄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디파이는 익명성과 초국경성, 탈중앙화라는 특성 때문에 규율을 둘러싼 논란이 크다”며 “실제로는 코인베이스 같은 특정 사업자에 서비스가 집중되면서 기존 금융 규제 체계와 충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디파이를 통한 이자 지급이 은행 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로, 미국도 지니어스 액트에서 최근 일체 이자 지급을 금지했지만 과도하다는 반발과 규제 회피 가능성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며 ”구체적 이자 금지 범위를 확정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