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당 지도부와 정면 충돌했다. 비상대책의원회의 직후 분위기를 '다구리(여럿이 한 사람을 몰아세우는 것을 뜻하는 속어)'라고 표현하며 불만을 드러낸 윤 위원장에 대해, 당 지도부는 “표현이 과하다”며 반박했다. 오는 20일 열리는 국민의힘 의원총회를 전후로 당내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윤 위원장은 17일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안에 대한 비대위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비공개 회의인 만큼, 다구리라는 말로 요약하겠다”고 답했다.
전날 윤 위원장이 제시한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등 4인에 대한 '거취 표명' 요구와 최고위원 폐지, 당 대표 단일 체제 전환, 당원소환제 도입 등 구조개혁안을 놓고 비대위에서 거센 반발이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윤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실명을 언급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이라며 “내란 프레임에서 확실히 벗어나지 못하면 10년 내내 절대소수 야당으로 전락하거나, 내란당이라는 오명에 시달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라와 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주요 의사결정을 해온 중진들이 아름답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윤 위원장의 주장에 선을 그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에 “혁신위 안건 세 가지에 대해 결론이 나지 않았다”면서도 “당원 중심, 현장 중심, 경쟁 중심으로의 변화에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인적 쇄신안과 관련해 박 수석대변인은 “혁신위원장 개인 자격으로 제기된 사안으로, 위원들과 충분한 논의나 공감대 없이 나온 발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충분한 소통을 통해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윤 위원장이 전날 발표한 인적 쇄신안이 내부 혁신위원들과도 상당한 이견이 있었음을 시사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다수 혁신위원이 윤 위원장의 추천이 아닌 당 지도부가 선임한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내부 반발의 배경에 이러한 구조적 요인도 작용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윤 위원장의 '다구리' 표현에 대해서도 박 수석대변인은 “너무 과한 표현 아니냐”며 “혁신위원장이라면 혁신위 내부 논의를 거친 안으로 비칠 수 있는 만큼, 신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는 오는 20일 의원총회에서 혁신안 수용 여부를 논의할 방침이다. 하지만 인적 쇄신안에 대한 반발이 여전한 만큼, 당내 내홍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