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인사청문회에서 소상공인의 디지털 자립, 중소 제조기업과 인공지능(AI)의 결합, 벤처 생태계 혁신 등 3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네이버 대표 재직 당시 성남FC 후원금 지급, 모친 아파트 편법 증여 의혹 등을 집중 추궁하며 도덕성 공세를 이어갔다.
한 후보자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디지털 전환과 AI 전환을 생존 수단으로 삼을 수 있도록 정부가 체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며 “IT 산업의 최전선에서 경험한 민간 노하우를 정책으로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단순 지원이 아니라, 성장 기반을 구축해주는 중기부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 후보자가 제시한 정책 방향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첫째는 소상공인의 회복과 디지털 자생력 확보다. 그는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데이터를 해석해 성장 기회를 만드는 과정”이라며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둘째는 AI와 제조업의 결합을 통한 산업 고도화다. 중소기업 대상 '스마트 제조혁신법' 제정을 예고하며, 산업별 특화형 '버티컬 AI'와 센서 중심의 '피지컬 AI' 기술 육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셋째는 벤처·스타트업 생태계의 투자 회수 기반 강화다. 그는 “M&A 시장이 활성화돼야 스타트업이 엑시트할 수 있다”며 “모태펀드 기능을 강화하고, 글로벌 자금 유입과 지역 창업 거점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책 질의에 집중하고,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도덕성 검증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재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1년 15조원 대였던 국내 벤처투자가 최근 11조원 대로 감소하고, 3년 이하 기업에 대한 투자도 2년 연속 줄었다”며 “벤처투자 시장 위축과 자금 회수 문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후보자는 “스케일업 스타트업이 국내에서 엑시트 수단을 찾기 어려워 해외 투자로 몰리고 있다”며 “회수시장 확충과 지역 특화 R&D, 기술대학 중심 인재 양성 등도 병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국내 중소·벤처기업들이 플립(지주회사를 해외로 이전 후 해외 상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고, 한 후보자는 “모태펀드나 대형 스케일업 펀드 조성 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 수요를 국내에서 충당할 수 있도록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한 후보가 거대 플랫폼 기업 출신이라는 점에서 소상공인 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그는 “네이버 재직 당시 '프로젝트 꽃'을 통해 전통시장 온라인 진출을 지원했다”며 “단순 홍보가 아니라 데이터 기반 매출 기회를 정부가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힘 의원들은 한 후보자에게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사퇴할 것을 요청했다.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은 “네이버가 성남FC에 40억 원을 후원한 배경에 당시 후보자의 역할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따져물었고, 한 후보자는 “후원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 당시 저는 서비스 총괄이었고, 사옥 신축 등은 잘 모르는 상황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모친에게 송파구 아파트를 편법 증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한 후보는 “실거주 목적으로 모친과 함께 살았던 집”이라며 “세무당국 판단에 따라 필요한 세금은 어머니 명의로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성원·나경원 의원은 지난 2021년 네이버 사내 직장내 괴롭힘 사건에 대한 책임 소재를 추궁했고, 서일준 의원은 “책임을 지고 거취를 결정할 의사는 없느냐”고 물었으나 한 후보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인사청문회는 시작과 동시에 증인으로 채택된 최인혁 네이버 테크비즈니스 부문대표의 불출석 문제로 잡음을 빚었다. 야당 국회의원들은 주요 증인이 불출석해 '맹탕청문회'가 됐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