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칼럼〉창업 생태계에 다양성을 묻다…혁신의 시작은 다름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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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희 이화여대 기술지주 대표

변화와 혁신의 아이콘처럼 여겨지는 '창업' 분야에서도, 실제로 들여다보면 유사한 배경과 성별, 학력, 연령층의 창업가들이 주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기술 창업 생태계를 둘러보면, 이공계 중심, 2030 남성 중심, 수도권 중심의 생태계가 여전히 주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다양한 배경의 창업가들이 유입되고는 있지만,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스콧 E. 페이지 미시간대 교수는 “다양성이 능력을 이긴다(Diversity trumps ability)”고 말한다. 문제를 보는 시각이 다양한 집단일수록 예기치 않은 솔루션을 도출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시장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창업가 정신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창업 생태계는 여전히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하기에는 구조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협소하다.

국내 창업 생태계는 성별 측면에서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한다. 2024년 창업기업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창업자 중 남성은 63.5%, 여성은 36.5%로 나타난 반면, 같은 해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에서는 벤처기업 창업자 중 남성 창업자의 비중이 90.0%, 여성 창업자의 비중은 10.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 창업 분야보다 기술·벤처 분야에서 여성의 참여가 현저히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투자 측면에서의 불균형은 더욱 두드러지는데, 2024 스타트업레시피 투자리포트에 따르면, 여성 기업 투자 건수는 114개로 전체 투자 건수의 7.9%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한, 투자 유치 금액은 1,092억원으로 전년 대비 62% 감소하여 2020년 5년 연속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이러한 불균형은 동일 기술력을 보유하더라도 투자자 네트워크 접근성, 시장 인식, 피칭 환경의 불평등 등 복합적 요인에 기인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초기 투자단계에서부터 자금 접근성이 제한되어, 후속 투자 유치나 스케일업 단계로의 진입에 심각한 제약이 발생하고 있다. 여성 창업자의 수가 적은 것뿐만 아니라, 여성 창업자들이 성장할 수 있는 자원과 환경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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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싱가포르는 전체 스타트업 창업자 중 여성 비중이 27%에 달하며, 정부 주도의 다양한 인재 지원정책을 통해 다문화적 창업 환경을 적극 조성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역시 여성·청년 창업자 대상의 펀딩과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의 장벽을 낮추고 있다. 이들 국가는 다양성을 창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다. 왜 지금, 창업 생태계에서 여성 창업을 강조해야 하는가?

첫째, 인재 손실 방지다. 우리나라의 대학 졸업자 중 절반 이상은 여성이고, 이들 중 상당수가 STEM 전공자다. 그러나 경력 단절과 불균형한 제도 설계로 인해 이 우수한 인재풀이 창업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둘째, 소비자와 시장 이해의 다양성이다. 여성은 세계 소비재 구매 결정의 80%에 영향을 미치는 주체다. 여성 창업자는 소비자 중심의 문제 정의, 감성 기반의 서비스 설계 등에서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다.

셋째, 글로벌 투자자 기준 변화다. 블랙록과 같은 글로벌 투자기관은 이사회와 창업자 구성의 다양성을 투자 판단 기준에 포함시키고 있다. 여성 창업자 비율이 낮은 생태계는 글로벌 투자 트렌드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 생태계는 어떤 방식으로 다양성을 증대할 수 있을까?

먼저 창업에 대한 관점을 기술 중심에서 문제 해결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다양한 전공과 연령, 삶의 경험이 창업 아이디어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위해서는 다학제 간 협업 창업팀을 구성하고, 인문·예술과 기술이 융합된 새로운 형태의 창업을 적극 발굴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여성 창업자와 다양한 배경의 창업가들이 실질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책적 장치를 확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초기 여성 창업자를 위한 전용 펀드 조성, 경력 단절 여성의 재진입을 위한 리스타트 프로그램, 지역 기반 여성 창업 허브 구축 등이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또한 여성 창업자와 투자사 간의 매칭을 지원하는 맞춤형 액셀러레이팅도 고려해볼 만하다. .

이제 창업 생태계는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창의적 개척자(First Mover)'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창업의 지형 자체가 다양해져야 한다. 혁신은 다름에서 오고, 창업의 지속가능성은 다양성에서 시작된다.

서지희 이화여대 기술지주 대표 jsuh@ewha.ac.kr

◆서지희 이화여대 기술지주회사 대표=삼정KPMG 부대표, 정부업무평가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위민인이노베이션 회장, 한국공인회계사회 비상근 부회장을 겸하고 있다. 2023년 이화여대 경영학과 초빙교수로 부임해 이화여대 기술지주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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