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도 '술자리' 가진다… “모여서 알코올 섭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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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 기니비사우공화국의 침팬지들이 발효된 아프리카 빵나무 열매를 나눠 먹고 있다. 사진=영국 엑시터 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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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 기니비사우공화국의 침팬지들이 발효된 아프리카 빵나무 열매를 나눠 먹고 있다. 사진=영국 엑시터 대학교

사람들이 친목을 다지기 위한 자리에서 술을 마시는 것처럼, 야생 침팬지들도 알코올을 나눠 먹으며 유대감을 형성하는 듯한 모습이 확인됐다고 21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영국 엑시터 대학교 연구진은 서아프리카에 있는 기니비사우공화국의 칸타네즈 국립공원에서 침팬지들을 관찰하던 중 여러 마리가 모여 아프리카 빵나무 열매를 나눠 먹는 모습을 포착했다.

침팬지는 사회성이 있는 동물이지만 모든 먹이를 매번 나눠 먹는 건 아니었는데, 독특하게 발효된 빵나무 열매는 나눠 먹는 모습이 자주 관찰됐다.


이에 연구진은 동작 감지 카메라를 설치하고 침팬지를 촬영한 결과 10회에 걸쳐 빵나무 열매를 나눠 먹는 모습을 렌즈에 담아냈다.

추후 이 열매의 알코올 함량을 확인해본 결과 0.61% 였다. 우리나라에서 '논 알코올'(알코올 함량 1% 미만인 음료)에 해당할 정도로 낮은 도수이지만 침팬지들은 이 열매를 거의 매일 먹었기 때문에 상당량의 알코올을 섭취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인간의 경우, 술을 마시면 도파민과 엔도르핀이 분비돼 행복감과 이완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술자리를 가지는 행위로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고 이를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침팬지도 사회적인 활동으로 모여서 발효된 열매를 먹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킴벌리 호킹스 엑시터대 교수는 “침팬지는 항상 음식을 공유하지는 않기 때문에 발효 과일에 대한 이런 행동은 눈여겨볼 만하다”며 “우리가 가벼운 맥주를 나눠 마시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발효 열매를 나눠 먹는 행위는 나이와 암수에 상관없이 이뤄졌다. 두 마리 암컷 성체 침팬지는 큰 열매가 있음에도 더 작고 많이 발효된 열매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두 마리의 수컷 성체 침팬지들은 발효된 열매를 차지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달려들기도 했다.

호킹스 교수는 “침팬지가 의도적으로 에탄올이 함유된 과일을 찾는지는 더 자세히 알아봐야 겠지만, 이는 '파티'의 초기 진화 단계일 수 있다. 실제로 그렇다면 인간이 잔치를 가지는 전통이 우리 진화 역사의 깊은 곳에 기원을 두고 있음을 시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논문은 이날 발행한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게재됐다.

한편, 호킹스 교수는 이전에도 침팬지의 알코올 섭취와 관련한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2015년 논문에 따르면 서아프리카 침팬지들이 인간이 야자 수액으로 만든 알코올을 훔쳐 마시고, 다른 침팬지가 밤에 잠을 자지 못하도록 문제를 일으키는 등 '술주정'같은 모습을 보였다는 내용이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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