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승강기 등에 갇혀 공포”
수천만명 피해, 국가비상사태 선포
“사이버 공격 징후는 없어”

스페인과 포르투갈 전역에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해 유럽 국가가 혼란에 휩싸였다.
28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 ·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정오께 스페인 마드리드, 안달루시아 등과 포르투갈 리스본 등 이베리아 반도 대부분 지역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스페인과 국경을 맞댄 프랑스 남부 일부도 정전 피해를 봤다.
정전의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사이버공격의 징후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해가 질 무렵 양국의 일부 지역에서 에너지 공급이 점진적으로 복구됐지만 정전사태 12시간까지 복구율은 60%에 머물렀다.


갑자기 발생한 정전으로 거리의 조명이 사라진 것은 물론 대부분의 시스템이 멈춰 섰다.
이동 중이던 시민들은 갑자기 꺼진 신호등에 사고를 피하기 위해 다급하게 운전대를 꺾었으며, 대중교통까지 멈춰서 지하철에서 내린 시민들이 선로를 따라 이동하기도 했다.
당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운전 중이던 루이스 이바네즈 히메네스는 CNN에 “운전을 하는데 갑자기 신호등이 사라졌다. 정말 정글 같았다”며 “거대한 버스가 (뒤에서) 오는 게 보여서 가속 페달을 세게 밟아야 했다”고 회상했다.
열차가 터널을 통과하던 중 갑자기 멈춰서기도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된 영상을 보면 지하철 승객들이 선로를 따라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날 정전으로 번화한 도시인 마드리드, 리스본, 바르셀로나, 세비야, 발렌시아에서는 큰 혼란이 빚어졌다.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두려움을 느낀 시민들은 생필품과 식음료를 사재기하기 위해 상점으로 몰려들었다. 어두운 길거리에는 물과 음식을 사기 위한 긴 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프랑스는 국경 근처 일부 지역에서 몇 분 정도만 정전이 발생했을 뿐 큰 피해는 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천만 명을 혼란에 빠뜨린 정전 사태지만, 어째서 전기가 갑자기 끊겼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긴급 내각 회의를 소집해 사태 진정에 총력을 쏟고 있다.
다만 포르투갈은 정전의 원인을 스페인으로 지목했다. 루이스 몬테네그로 포르투갈 총리는 “사이버 공격의 징후는 없다. 이번 사태는 포르투갈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모든 정황으로 보아 스페인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포르투갈 전력회사 레지스 에네르제티카스 나시오나이스(REN)에 따르면 포르투갈은 태양광 발전소로 인해 전기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스페인에서 전기를 수입하고 있다. 이 가운데 스페인 전력망이 유럽 대륙 전력망과 단절되면서 연쇄적인 정전 피해가 발생했다는 추측이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