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일자리 창출과 고용 유지가 기업이 우리 사회에 줄 수 있는 최고의 선(善)으로 받아들여진다. 기업이 이윤 획득과 함께 사업 확장· 고용 창출을 성장의 기본 지표로 삼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상식이다. 특히나 요즘 내수가 얼어붙고 투자를 줄이면서 거의 모든 업종·분야에서 일자리가 줄고 있는 상황에 인력을 늘리는 유통 기업들도 있으니 주목을 끌 만하다.
아성다이소(이하 다이소)와 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이 그 주인공이다. 요즘 소위 핫(Hot)하다고 이름 난 곳이나, 유독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을 가면 꼭 이 두 브랜드 매장을 마주치게 된다. 유통업계 직원수 순위로는 5~6위 정도 해오던 이들 두 기업이 불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매장과 직원수를 가파르게 늘리며 무섭게 치고 오른다. 다이소는 소셜 영역에서 이미 '꼭 사아야할 제품 리스트' 장르를 만들어내며 가성비의 천국매장으로 불린다. 올리브영은 K뷰티 대표 쇼핑명소로 자리매김하면서 내국인이든, 외국관광객이든 가릴것 없이 인기를 누리는 매장이 됐다.
이런 각기 명확한 특장점이 소비자에게 부각되면서 이 두 기업은 매출 확대와 동시에 고용 증가의 페달을 힘껏 밟고 있다. 지난해 나란히 4조원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되는 두 기업은 모두 직원수에서 1만2000명 안팎의 비슷한 규모를 보인다. 올리브영은 지난 2023년 초 7700여명이던 직원수가 올해 1만1800여명으로 2년 연속 2000명 이상을 넘게 채용했다. 다이소도 2022년 초 1만280여명이던 직원수가 현재 1만2300여명으로 매년 평균 700명씩 고용을 늘리고 있다.
이들 기업의 직원수 확대는 매장 확대와 비례해 늘고 있다. 유통가 속성상 신규 매장 출점은 주변 상권 부흥 효과, 유동인구 증대 등을 수반하기 때문에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도 크다. 무엇보다 내수침체와 불황기가 겹친 상권에 다소나마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기업은 기업대로 직원수를 늘려 성장하고, 출점 지역 상권에도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있으니 두루 좋은 일이다.
백화점 등 전통 유통 강자들의 위세가 흔들리고, 유통주도권은 온라인과 소셜마켓으로 전환하고 있다. 또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모두가 어렵고 사업이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 차별화하고, 강점을 가진 분야를 부각시키는 방법으로 성장의 길을 열어간다. 이들의 일자리 확대와 성장이 우리나라 유통계엔 또 어떤 새로운 유행과 흐름을 만들지 기대가 크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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