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산업 위기 탈출구 '정밀화학' 경쟁력, 선도국 대비 30%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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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지

한국의 정밀화학산업 경쟁력이 세계 수위권과 비교해 30% 가량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범용 제품 중심의 사업구조로 맞은 위기를 넘어서기 위한 필수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핵심 원료 자급화, 다품종 소량생산 특성 맞춤형 지원 등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이 12일 이런 결과를 담은 '한국 정밀화학산업의 경쟁력 진단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전문가 심층 인터뷰(FGI)를 통해 작성됐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의 정밀화학산업의 경쟁력은 5점 만점 기준 2.8점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독일·일본 등 선도국(4.1점) 대비 약 30% 이상 낮은 수치다.

세부적으로 △공급망 재편 △디지털 전환 △그린 전환 등 핵심 영역에서 모두 선도국 대비 경쟁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2.75점을 기록한 공급망 재편 경쟁력 부문에서 선도국은 4.5점을 받았다. 한국은 스페셜티 소재 분야에서 선도국과 기술격차가 크고 핵심 원료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디지털 전환 경쟁력에서도 한국은 2.75점으로 평가돼, 선도국(4.5점)과의 격차를 확인했다. 유럽과 미국의 글로벌 화학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중소·중견기업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더딘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상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이 우수한 IT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정밀화학산업 내 디지털 전환이 더딘 이유는 중소기업의 초기 투자 부담과 전문인력 부족 때문”이라며 “스마트 제조 및 데이터 기반 기술 확산을 위한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린 전환 경쟁력, 인구구조 변화 경쟁력은 각각 3.25점, 2.5점으로 선도국 평균인 4.25점, 3.25보다 모두 낮았다. 보고서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가 정밀화학산업의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며,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의약품·헬스케어 등 정밀화학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신시장 개척이 필요하며, 세계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산업연구원은 △핵심 원료의 해외 의존도 90% 이상인 제품군 특별 관리 △다품종 소량생산 특성 맞춤형 연구개발(R&D) 지원 △고부가·친환경 제품 개발 촉진 △중소기업의 디지털 역량 제고 등을 시급 과제로 제시했다.

중국산 범용 제품의 공급과잉으로 맞은 화학산업 위기 타개책으로 정밀화학 경쟁력 강화 필요성이 언급되지만 이미 중국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세계 정밀화학산업 매출액은 2조 1000억 달러에 달하며, 이 중 세제, 화장품, 광택제 제조업이 전체의 26.4%를 차지해 가장 큰 비중을 기록했다. 이어 비료 및 질소화합물 제조업(22.8%), 페인트·코팅제·잉크 제조업(22.7%)이 뒤를 이었다.

시장 점유율은 중국이 40%로 압도적 우위를 보였고 미국(10.8%), 독일(5.3%), 한국(3.5%)은 추격권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소재나 원료 등 고부가 제품을 생산하면서 품질 우수성을 시장에서 인정받아야 한다”면서 “정부, 기업 간 소통을 바탕으로 산업의 체질을 바꿔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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