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불과 두 달여 만에 한국과 중국 양 정상이 연이어 정상회담을 가졌다.
세계 외교사를 뒤져도 찾기 힘든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주 APEC 참석은 11년 만의 방한이었던 만큼, 두 번째 정상회담은 예상하기 힘든 이벤트였다. 그만큼 이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무언가 있다”라는 기대가 실렸다.
시작부터 희망찼다. 중국 현지에서 대규모 K-팝 콘서트가 열릴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우리나라 대표 경제인들이 대거 동행한다는 소식도 알려지면서 양국 경제협력 과실이 있을 것으로 점쳐졌다.
정상회담 결과 양국 정부는 과학기술, 기후, 디지털 기술, 지식재산 등 15건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에 앞서 한중 기업인들이 함께했던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민간 차원의 경제협력 의지가 담긴 32건의 양해각서가 체결되기도 했다. 소문의 K-팝 콘서트는 열리지 않았고 한한령 해제에 대한 중국 측의 명확한 답을 듣지는 못했지만, 경제협력의 문을 여는 성과를 거뒀다.
한한령의 일순간 해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바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한한령'의 존재를 인정한 바 없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 사업장 철수 등의 아픔을 겪었지만, 중국 정부에 한한령은 없는 존재였다.
반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석 자 얼음이 한 번에 녹지 않고, 과일은 익으면 저절로 떨어진다”는 시 주석의 표현은 해결의 가능성을 분명하게 남겼다. 2016년 '고고도 지역방어 체계(THAAD)' 도입을 발표한 이후 10년 가까이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에 이제야 봄바람이 분다고 봐도 김칫국은 아닐 것이다.
한중 관계의 해빙 분위기가 단지 10년이라는 오랜 세월 때문은 아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전 세계를 흔드는 경제불황과 지정학적 위기 속에 한국은 중국에게 있어 함께할 수밖에 없는 매력을 갖췄다는 점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국제 외교는 호혜적 관계를 강조하는 신사적 제스쳐에서 자국우선주의 앞세우는 노골적인 청구로 흐름이 변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상호관세 조치는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얘기를 여실히 증명했다. AI 전환을 기점으로 기술 패권 여부에 국가의 존망이 달린 지금, 외교 우선순위는 이데올로기와 과거사가 아닌 상대국의 기술 경쟁력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한한령 10년 동안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섰고, K-브랜드 가치는 얼마나 커졌는지를 돌아보면, 중국의 협력 제스쳐와 앞으로의 한한령 완화도 사필귀정이다. 많은 중국인이 우회 통로로 K-콘텐츠를 즐기고 있다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막는 것으로 되는 선을 이미 넘어선 셈이다.
두 번의 정상회담으로 판은 깔아졌다. 이제 그 실마리를 놓치지 않고 '한한령'의 꼬인 실을 풀어낼 때다. 반도체, 조선, 에너지, 방산, 콘텐츠 등 세계 이목이 쏠리고 있는 K-브랜드 핵심 경쟁력에 집중한다면, 겨울이 지나 봄이 오듯 한한령도 녹아내릴 것이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