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 계엄 이후 하락세
대장주 KB, 시총 10위로 밀려
메리츠, 적극적 주주환원 주효
견조한 실적 더해 주가 우상향

금융지주 시가총액 순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밸류업 정책 수혜를 받으며 순항했던 태장주 KB금융이 코스피 10위 밖으로 밀려났고, 메리츠금융지주가 2위로 뛰어 올랐다. 은행이 없는 금융지주 몸값이 5대 금융지주(KB금융·신한·하나·우리·NH농협)를 뛰어넘거나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는 5일 장마감 기준 코스피 14위까지 뛰어올랐다. 금융주 2위인 신한지주(17위)를 멀찍이 따돌렸을 뿐 아니라 1위 KB금융(30조원)과 시총격차도 7조원 이하로 좁혔다. 이날 KB금융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밀리며 코스피 시총 10위권(삼성전자 우선주 포함) 밖으로 밀려났다. 6일 정오 기준 KB금융은 코스피 시총 10위를, 메리츠금융지주는 시총 15위를 기록 중이다.
은행을 소유한 금융지주 주가는 대부분 지난해 연말 계엄사태 이후 하향 중이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KRX은행업지수가 코스피 지수를 하회한 이유는 지난 해 12월 중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대두되면서 투자심리 악화로 인해 국내 주식시장이 하락하면서 은행주도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올해 들어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은행 기업가치제고 계획, 즉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지속 가능성에 대해 우려감이 대두되면서 주가가 부진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은행이 없는 메리츠금융지주는 적극적 주주환원과 실적을 앞세워 주가를 부양 중이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해 정부가 밸류업 정책을 펼치기 전부터 주주환원율 50%를 목표로 내세우며 투자자에게 어필했다. 목표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자사주 매입과 소각, 배당 등으로 순이익 53%를 주주환원에 썼다.

지난해 실적도 5대 금융지주 못지 않다. 메리츠금융지주 작년 당기순이익은 2조3334억원으로 농협금융 지주 2조4537억원 턱 밑까지 쫓아왔다.
이달 터진 홈플러스 법정관리도 메리츠금융지주 질주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홈플러스가 4일 오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이후에도 메리츠금융지주 주가는 5일과 6일 이틀 연속 올랐다.
메리츠금융지주는 메리츠금융지주 산하 3개 계열사(메리츠증권,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는 지난해 3월 홈플러스에 선순위 대출 약 1조2000억원을 내줬다. 1조4461억원에 달하는 홈플러스 익스포저(리스크 노출 금액) 중 대다수가 메리츠금융 그룹 몫인 셈이다. 메리츠금융은 “현재 홈플러스 신탁사 담보가치가 약 5조로 평가받는만큼 자금회수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증권가는 메리츠금융지주 주가 목표를 연이어 상향하고 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년간 손익 부담 요소였던 해외 부동산 관련 수익증권 감액(연간 약 3000억 원)이 올해부터 상당 부분 해소됨에 따라 증익 기대감이 유효하다”면서 “일평균 50억원 수준 자사주 매입 수급 고려 시 굳이 팔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안영준 키움증권연구원은 “지속적 자기주식 매입으로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당분간 자기주식 중심 주주환원을 유지할 계획”이라면서 “다만 주가 수준이 한 단계 더 높아지기 위해서는 위해서는 이익 체력이 업그레이드 되었음을 증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SK증권 설용진 연구원은 “메리츠금융지주 핵심 자회사 견조한 이익체력이 지속될 전망”이라면서 “메리츠화재의 경우 무·저해지보험 관련 영향이 거의 없었으며 해지율, 사업비 등 관련 가정 조정 영향을 손해율 관련 영향으로 상쇄하며 보험계약마진(CSM) 증가가 계속되었던 만큼 CSM 상각이익 중심으로 안정적인 증익이 이어질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메리츠증권도 부동산 PF·해외부동산 관련 부담 완화 등 영향으로 기존 강점인 기업·부동산금융 중심으로 견조한 이익을 시현하는 가운데 리테일 부문및 전통 IB 등에서 추가적 이익 체력 제고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