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학교에서 뭐 배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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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혁 중앙대 교수

대학생들이 취업을 준비하며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는 '학교에서 뭐 배웠냐?'다. 이 질문을 받으면 많은 학생은 '학교에서 배운 것이 실무에서 어떻게 활용될까?'라는 의문을 가지곤 한다. 이는 학교 교육이 직장에서 요구하는 실무와 차이가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교육과 훈련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대학은 실무 능력을 기르는 훈련기관이 아니며, 기업도 대학에서 배운 지식만으로 모든 실무 능력을 갖춘 인재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대학 교육의 역할은 이론과 기초 지식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학생들은 다양한 분야의 기초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통해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사고력을 기른다. 예를 들어, 경영학을 공부한 학생은 조직 구조와 전략을 이해하고, 경제학을 전공한 학생은 시장 경제를 해석하는 능력을 배운다. 이러한 기초 교육은 학생들에게 폭넓은 사고의 틀을 제공해 다양한 환경에서 적응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대학 교육은 특정 직무에서 요구되는 세부적인 기술과 실무 경험을 제공하기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정보기술(IT) 전공자는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이론을 배울 수 있지만, 최신 개발 환경에서 활용되는 특정 언어, 툴 또는 업무 프로세스는 기업별로 상이하기에 이를 완전히 배우기는 어렵다.

반면, 훈련은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능력을 기르는 과정이다. 특히 IT와 같은 기술 중심 산업에선 훈련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일례로, 특정 기업에서 사용하는 최신 프로그래밍 언어나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은 대학에서 배우기 어렵다. 따라서 기업은 자체적으로 신입사원을 위한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실무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신입사원의 실무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필요한 훈련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전공 공부를 했으니, 실무에도 바로 적응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은 오해일 수 있다. 대학 교육은 기초를 제공할 뿐, 특정 기업 환경에 적합한 기술이나 시스템을 가르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IT 산업에서의 특수성은 특히 크다. IT 기업은 사용 기술과 시스템이 기업마다 다르기에, 대학에서 모든 것을 가르칠 수 없다. 한 기업은 자바(Java)를, 다른 기업은 파이썬(Python)을 사용하며, 개발 환경이나 업무 프로세스도 기업별로 차이가 크다. 따라서 신입사원이 실무에 적응하려면 기업 차원의 체계적인 훈련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많은 기업이 경력직 채용에 의존하거나, 신입사원을 훈련할 여유 없이 곧바로 업무에 투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신입사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며, 기업 자체의 장기적인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해결 방안은 산·학 협력 강화와 역할 분담이다. 효율적인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과 기업이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협력해야 한다. 대학은 학생들에게 기초 지식과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고, 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실무 능력을 갖추도록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IT 산업에선 인턴십, 산·학 협력 프로젝트, 현장실습을 통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기업은 최신 기술을 공유하며 훈련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교육과 훈련은 분명히 다르다. 대학은 사고력과 기초를 제공하는 곳이고, 기업은 실무와 기술을 훈련하는 책임을 진다. 대학과 기업이 각자의 역할을 이해하고 협력한다면, 학생들은 더욱 준비된 인재로 성장할 것이며, 기업도 더 나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산·학 협력은 이러한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중요한 프로그램이며, 미래 인공지능(AI) 사회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기혁 중앙대 교수 kevinlee010@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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