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겨냥 파운드리 추가 규제…“반도체 최종 고객 확인하라”

미국 정부가 주요 파운드리에서 제조된 첨단 반도체 칩이 중국 등 적대국에 공급되지 않도록 실사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반도체 규제안을 발표했다.

국가별로 등급을 나눠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는 안을 내놓은 지 이틀만으로, 삼성전자와 TSMC 등 파운드리 업체들의 중국 고객 확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15일(현지시간) 파운드리 업체의 고객 실사 의무 강화 내용을 담은 추가 규제안을 발표했다.

대상은 트랜지스터 기준 300억개 이상이 집적된 반도체로, 14나노미터(㎚)나 16㎚ 이하 공정으로 제조된 칩이 해당된다.

상무부는 파운드리 업체가 규제 대상이 되는 칩 제조 시, 고객 신원을 파악하고 해당 정보를 미국에 분기별로 보고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승인되지 않은 법인으로 제품이 전달되지 않도록 최종 사용 용도와 최종 사용자 세부 정보를 파악하도록 했다.

이는 미국이 제재하는 기업에 첨단 반도체가 우회 경로로 전달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조치다. 특히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지난해 TSMC에서 제조된 첨단 반도체가 중국 화웨이 제품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우회로를 원천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앨런 에스테베즈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 담당 차관은 “실사 의무를 강화함으로써 우리는 파운드리들이 자신들이 제조한 반도체가 수출이 제한된 단체로 전용되지 못하게끔 검증하는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규제는 삼성전자와 TSMC 등 미국 외 파운드리 업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미국이 첨단 반도체 공급을 통제하자 자체 칩을 개발하며 '자급자족'하는 전략으로 대응해왔다. 이때 칩은 자체 설계하고 TSMC와 같은 첨단 공정을 갖춘 파운드리 업체를 통해 반도체를 제조 및 조달해왔는데, 미국이 이같은 경로도 차단하면서 파운드리 업체가 중국 첨단 반도체 고객 확보하는 건 사실상 어렵게 됐다. 일부 구공정(레거시)에서 중국 주문을 받을 수 있지만, 레거시 칩은 수익성이 낮다.

반도체 업계는 규제 일변도인 미국 정부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등 관련 단체는 13일(현지시간) AI 칩 수출 통제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데 이어, 곧 출범할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제119대 의회에 대해 반도체 정책 제안도 내놓았다.

수출 규제가 과연 효과가 있었는지 점검하라는 주문으로, 미국의 대(對) 중국 제재로 반도체 설계 등에서 미국 기술이 배제되고 오히려 중국 기술 성장과 자급화를 도왔다는 업계 우려를 반영했다.

SIA는 지난해 5월 중국이 475억 달러(약 69조원) 기금을 조성해 자국 반도체 생태계를 지원한 것을 언급하며 “미국 기업이 혁신하고 시장 지위를 유지하도록 연구개발(R&D), 첨단 제조, 인력 양성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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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형 기자 jin@etnews.com,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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