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7일(현지시간) 개막한 'CES 2025' 핵심 키워드는 '인공지능(AI)'이다. 기술 고도화로 AI가 일상 생활로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전자신문이 주최한 '2025 CES 포럼' 참석자들은 우리나라가 AI 산업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데이터 수집과 틈새시장 공략에 주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AI 핵심은 데이터…선진국 대비 경쟁 우위 분야 찾아야”
이재식 동운아나텍 기술개발본부 전무는 'AI 열풍'은 현재 진행형이라며 데이터 기반 알고리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AI가 사람들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려면 데이터를 축적하고 알고리즘을 형성하는 게 핵심이라는 이유다.
이 전무는 “AI는 데이터를 어떻게 얻고 처리하느냐의 문제”라며 “그렇기 때문에 그래픽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은 아키텍처가 나왔고, 이 데이터를 보다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고대역폭메모리(HBM)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운아나텍은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에 들어가는 집적회로(IC)를 만드는 팹리스 기업인 데, 거리를 측정하는 오토 포커스와 영상 처리 기능을 위해 많은 데이터를 갖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지하기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이 전무 설명이다. 데이터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지난 해부터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 알고리즘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이 전무는 “데이터를 모으다 보니 IC 기술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며 “자동차 모터 컨트롤과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사업에서도 데이터를 활용하면 운전자 패턴이나 충방전 정보 파악 등이 용이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기술 신뢰성 향상과 안전성 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알고리즘 구축이라는 AI 기술이 일상 생활을 더 유용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무는 “안전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프로그램 알고리즘도 만들고 있다”며 “AI가 보편적인 생활로 넘어가려면 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는 AI 등 첨단 산업 경쟁력 확보 방안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적 접근을 제시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자율주행 스타트업으로, 국내에서 자율주행 기업으로는 가장 많은 80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했다.
한 대표는 “자율주행이나 AI는 결국 데이터와 인프라 싸움으로, 우리 정부도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예산은 1조1000억원 수준”이라며 “중국은 자율주행과 전기차에 연간 200조원의 자금을 쏟아붓고 있어 현실적으로 경쟁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현실을 인정하고 미국·중국 대비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분야에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공을 들이고 있는 자율주행 택시 시장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자율주행 교통 인프라 연동을 예시로 언급했다.
한 대표는 “미국과 중국을 따라가는 투자가 아니라 한국에 특화된 기술을 찾아야 하고, 이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다”며 “틈새시장 규모는 작지만, 자율주행이라는 미래가 향후 시장 구도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가전 산업, AI 접목 중요”
이날 포럼에서는 국내 가전 산업이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면 AI 기반 지능형 홈 서비스를 창출하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홍석기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기술혁신본부장은 “가전 산업의 경우 AI를 접목해 '저녁 8시가 되면 내가 보고싶은 TV 방송을 자동으로 틀어주는 방식'의 '앰비언트(Ambient·주변) 테크놀로지'를 지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온디바이스 AI' 가전 구현이 중요하고, 거대언어모델(LLM) 이외에 작은 모델에 특화된 기술 연구개발(R&D)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본부장은 “우리나라 가전 산업은 프로토 타입 이후 1만개 이상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양산 플랫폼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KEA가 용산 스타트업을 위한 전자제조센터를 설립했는데, 이같은 생태계 형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시험인증기관인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는 국내 산업계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대응 차원에서 디지털 전환·그린 전환을 지원할 예정이다. 안성일 KTC 원장은 “2가지 인증에 포커스를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