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격변의 시대가 지속될 전망이다. 대외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등이 경기 침체 위험을 고조시킨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12·3 계엄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겹치며 국내 정세가 불안해지자 급격한 환율상승 등이 경제 위험 신호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내년 경제전망을 두고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 증가와 동시에 인공지능(AI)과 디지털경제의 성장 등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의 국민과 산업은 AI·디지털 기술에 친숙하고 활용도가 높다는 점은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변화에 적응해 AI 도입을 확산하고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시점이다. 위기 극복을 가능케한 AI·디지털 기술의 성공사례를 다양한 산업에 확산해 나가야 한다. AI·디지털 중심으로 경제 전반의 '리빌딩'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 2025년 불확실성 최고조
삼일회계법인은 2025년 한국경제가 올해 대비 낮은 수준의 성장 속에 인플레이션 하향 안정화와 금리인하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트럼프2.0으로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외환경이 불리한 방향으로 변화하며, 하방위험이 가중된다고 분석했다.
2025년 한국 경제 전망을 변동시킬 주요 요인으로 글로벌환경과 회복탄력성, 달러향방과 원/달러환율, 내수회복여부 등을 지목했다. 여기에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적 혼란이 겹치면서 불확실성은 보다 높아지고 있다. 한국 경제 성장률은 2024년 전망치보다 보다 낮은 2.0%로 예상했다. 당초 한국은행이 제시한 2024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2%였지만, 한국은행은 12·3 계엄사태 이후 2024년 전망치를 2.1%로 조정한 바 있다.
한국 산업은 위기에 직면했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 기업은 AI 반도체 경쟁력을 벌려나가는 반면, 한국이 강자였던 DRAM·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중국 추격이 가시화된다.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CXMT)가 최첨단 D램 영역인 DDR5를 독자 개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자동차 등 전통산업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며 선전하고 있지만, 신시장으로 평가받넌 전기차 분야가 '케즘'에 접어들며 정체 국면이다. 가전제품과 스마트폰 등 분야 역시 세계 1위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보급률이 높아지고 성장이 정체되면서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소비재와 통신 등 서비스 산업 역시 인구 절벽이 가시화되면서 먹구름이 드리운다. 기존의 경제·산업 경쟁력과 구조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하고,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발휘할 분야를 찾고, 국가적인 지원을 집중해 성장시키는 '리빌딩' 전략이 필요한 골든 타임이다.
◇K-디지털에 해법 있다
위기가 처음은 아니다. 한국은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와 2009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2020년 코로나19 등 10년마다 반복된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10대 경제 강국 지위에 안착한 성공 경험이 있다. 위기 탈출의 원동력이 된 건 K-디지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MF 구제금융 당시 정부의 초고속인터넷망 구축과 정보화 정책으로 IT 벤처 경제가 살아났다. 리먼브러더스 사태는 스마트폰 등장과 맞물렸다. 미국 발 경제위기 가능성이 촉발되자 효과적인 당시 정부가 금융·통화 정책을 가동한 게 주된 극복 요인이다. 하지만 당시 아이폰과 갤럭시 등 스마트폰 혁명이 일어나면서 앱을 활용한 새로운 경제가 출현했다는 점도 경제위기 극복에 기여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디지털기술을 바탕으로 한 언택트 산업이 국민 안전과 경제를 살리는데 기여했다. K-디지털은 위기 극복의 핵심 무기였던 셈이다.
트럼프2.0 시대와 계엄사태로 국내외적 위기가 닥친 2025년 다시 디지털의 힘을 빌려야할 때가 왔다. 전면적인 '리빌딩'을 통해 경쟁력을 키울 때다. AI·디지털 기술을 통해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의 구조적 혁신을 도모하고, 혁신의 동력, 범위, 방식을 디지털을 통해 재설계해 나가는게 중요한 시점이다.그동안 K-디지털은 하드웨어(HW)와 정교한 생산 기술, 디자인에 우수한 경쟁력을 발휘했다. AI 시대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원천기술이자 디지털기술의 엔진인 AI 성능을 높이기 위한 소프트웨어(SW) 기술력과 응용능력이 중요해진다.
◇리빌딩 K-디지털로 위기 극복
다행이 한국의 디지털 경쟁력은 아직 세계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23년 디지털 정부 지수에서 한국은 1위를 차지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2023년 세계 디지털 경쟁력 평가 결과'에서 한국이 64개국 가운데 6위를 차지했다.
정부와 기업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희망을 갖게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을 수립하며 변화를 준비한다. AI인공지능, AI 반도체, 5·6세대 이동통신, 양자, 확장가상세계, 사이버보안 등 6대 혁신기술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집중 투자하고, 디지털 기반 스마트제조산업 확장 등 응용 확대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적합한 전략이다.
산업계도 AI·디지털 전환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이제 통신신기업을 넘어 AI 인프라·서비스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도 AI 분야 투자를 본격화했다. AI 스마트폰·AI 가전 등 AI 중심의 제품이 발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2025년 주목해야할 10대 ICT 이슈로 AI, AI반도체, AI데이터, 양자기술, 네트워크, 사이버보안, 미디어, 휴머노이드, AI사이언티스트, 안전안보 키워드를 제시했다. 이같은 디지털 혁신 산업 경쟁력 확보와 확산에 정부와 민간이 국가적인 역량을 모아나갈 때다.
AI·디지털전환에 대한 고삐를 죈다면, 우리에게 각인된 위기극복의 DNA가 더 빠르게 발현되면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전화위복'의 한 해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