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마약을 만들어내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5만원도 안 되는 돈을 쥐여주고 노숙인들에게 테스트 약물을 주입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6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멕시코 모처에 비밀 실험실을 운영하는 마약 밀매 카르텔이 동물 진정제와 마취제 등을 펜타닐 원료에 섞어 만드는 합성 오피오이드(마약)를 토끼와 닭 같은 동물 실험뿐만 아니라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불법 인체실험까지 감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약을 제조하는 이들은 카르텔 내에서 '요리사'(Cook)로 불린다. 이들은 종종 노숙인들이 모여 있는 캠프를 찾아 30달러(약 4만 5000원)를 대가로 합성 마약 투약을 권유한다고 한다.
NYT는 '요리사' 6명과 미국 대사관 직원 2명을 인용해 “실험용 토끼에게 주입해 90초 이상 살아남으면 그 약은 미국인에게 판매하기에는 너무 약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전했다.
멕시코 법 집행기관이 한 펜타닐 실험실을 급습했을 당시 실험실에 죽은 동물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고 한다. 멕시코의 전 국가 안보 위원인 레나토 세일즈는 “그들은 '죽음의 닥터' 스타일로 실험한다. 물질의 효능을 조정하기 위해서 '이것으로는 죽고, 이것으로는 죽지 않는군' 하고 조정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NYT는 멕시코 카르텔의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요리사' 9명, 화학 전공 학생 3명, 카르텔 고위 간부 2명, 카르텔 모집 담당자 등과 접촉했지만, 이들 대부분 보복을 두려워하며 익명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한 요리사는 NYT에 합성 펜타닐 제조 방식을 설명했다. 약물이 너무 약하면, 동물 진정제인 자일라진(xylazine)을 더 첨가한다. '트랭크'(tranq) 등으로 불리는 이른바 '좀비 약'(zombie drug)이다.
그는 “암탉에 주입하고 죽는 데 1분에서 1분 30초가 걸린다면 정말 잘 나왔다는 뜻이다. 죽지 않거나 죽는데 너무 오래 걸리면 우리는 자일라진을 첨가한다”고 했다.
그의 설명은 멕시코 국가중독방지위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자료 내용과 일치한다. 해당 자료에는 “헤로인과 펜타닐에 사람에게 투약이 허가되지 않은 비아편성 진정제 '자일라진'과 혼입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동물 실험 이후에는 길거리로 나와 노숙인들에게 실험을 한다는 것이다. 노숙인 캠프에 있었다는 한 남성은 “약이 효과를 보이는 것을 지켜보며 사진을 찍고 반응을 촬영했다. 정말 강하면 기절하거나 죽는다. 나는 살아남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말했다.
카르텔의 '요리사' 역시 실험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주로 고용됐는데 이들은 “거리의 마약 사용자들을 데려와 합성 오피오이드를 주사했다”고 NYT에 말했다.
이 '요리사'는 죽음을 목격하지 않았지만 경련을 일으키거나 입에서 거품을 흘리는 이들을 많이 봤다고 한다. 만약 실험 과정에서 실수를 하는 '요리사'는 엄격한 처벌을 받는다고 한다. 그는 “쥐와 뱀이 있는 방에 음식이나 물 없이 가둔다”고 전했다.
또 다른 '요리사'는 빚을 갚기 위해 카르텔에 자원했다. 그는 “연기에 노출되면 처음에는 구역감이 치민다. 잠깐 휴식을 취하고 공기를 마셔야 한다. 하지만 무장 단원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일하라고 소리친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NYT 기자에게 옷을 걷어 배에 난 흉터를 보여주며 “상사가 질문에 빨리 대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총을 쐈다”고 말했다. 합성 펜타닐을 더욱 강하게 만들기 위해 '요리사'들 역시 약물을 주입했고 점점 마약에 중독됐다고 그는 말했다.
NYT는 마약 펜타닐 제조를 위한 원료 공급처로 지목되는 중국에서 원료 수출을 제한하면서, 마약 밀매 카르텔이 펜타닐 생산과 효능을 유지하기 위해 새롭고 매우 위험한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고 짚었다.
한 '요리사'는 NYT에 “여기에는 은퇴란 없다”며 “일과 죽음만 있을 뿐”이라고 경고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