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을 입맛 다시게 한 외래종 '푸른꽃게'(블루크랩)가 계속해서 번식하자 이탈리아가 특단의 조치로 이를 식재료로 활용한 요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25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전통어업에 피해를 주는 외래종 블루크랩을 없애기 위한 방법으로 '먹어서 없애기'를 택했다.
이탈리아가 즐겨먹는 해산물은 조개, 홍합 등 어패류와 새우다. 크리스마스나 연말 가족과 함께 조개를 넣은 봉골레 파스타를 즐기는 이탈리아인들에게 푸른꽃게는 맛있는 식재료가 아닌 조개를 훔쳐먹는 '조용한 침략자'에 불과했다.
화물선에 저장된 밸러스트(화물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배 바닥에 싣는 중량물)를 통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푸른꽃게는 어망을 찢고 물고기들을 먹으며 이탈리아에 수백만 유로 상당의 피해를 입혔다.
이탈리아는 '킬러 갑각류', 푸른꽃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재료 활용 방안을 모색했다. 마침 엄청난 번식으로 푸른꽃게 가격은 현지 토종 게보다 훨씬 저렴해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부라노 섬에서 어업을 하는 어부 안드레아 로시는 “망을 던지고 30분 후에 돌아오면 30~40kg의 푸른꽃게가 잡혀있다”고 전했다.
베네치아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 총괄 셰프 다니엘레 제나로도 푸른꽃게 메뉴를 선보였다. 먼저 게살을 으깬 뒤, 현지인들에게 익숙한 물고기 모양으로 빚어 튀기고 해조류가 들어간 감자 퓌레를 올려 장식한 메뉴다.
제나로는 “푸른꽃게는 침입종이라는 인식 때문에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더 친숙한 물고기 모양으로 빚는 방법을 생각했다”고 전했다.
마침 푸른꽃게는 살이 달고 더 맛있어 졌다고 한다. 처음 이탈리아에서 발견됐을 때는 밋밋하고 무미건조한 맛이었던 푸른꽃게는 석호에서 영양을 공급받아 살이 더욱 달아졌다고 제나로 셰프는 평가했다.
그는 약 1년 전부터 레스토랑에서 푸른꽃게 사용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푸른꽃게 영향으로 가격이 두 배 이상 뛴 조개는 이전보다 수요가 줄어들었고, 가정집에서도 푸른꽃게를 구입해 집에서 요리해 먹고 것이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부라노섬 옆의 있는 마조르보섬의 미슐랭(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도 푸른꽃게 요리를 개발했다. 레스토랑 홍보 담당자 에리카 젤란테는 “우리 셰프들은 환경적인 관점에서 이 침입종을 사용하기 시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며 “푸른꽃게는 사프란뿐만 아니라 마늘, 오일, 칠리 스파게티와도 잘 어울린다”고 했다.
다만 여전히 푸른 꽃게는 이탈리아의 해양 생태계를 망치는 침입종으로 분류된다. 베네치아 레스토랑 사장인 줄리오 안토넬로는 “꽃게는 바이러스와 같다. 그들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고개를 저었다.
농업 로비단체 콜디레티에 따르면 푸른꽃게는 현재까지 이탈리아 어업에 1억 유로(약 1530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힌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조개 생산량은 90% 이상 줄어들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