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디지털 교육혁신의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인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가 학교 현장 도입 두 달을 앞두고 야당의 법 개정으로 인해 차질을 빚게 됐다. 교육부는 의무 도입 1년 유예를 제안하고, 시도교육감협의회도 교과서 지위를 잃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지만 법안 통과에 따라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교육부는 재의요구권 행사를 요청할 방침이다.
26일 교육부에 따르면 AI 디지털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교육부는 내년 3월부터 초등학교 3·4학년과 중·고등학교 1학년의 영어·수학·정보 교과에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날 법안 통과에 따라 AI 디지털교과서가 '교육자료'로 격하되면서 교육부의 AI 디지털교과서 정책이 차질을 빚게 됐다.
교과서는 의무적으로 채택해야 하고 무상교육 대상이지만 교육자료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교육자료가 되는 경우 저작권 사용료 또한 늘어나며 충분한 규모의 사용자가 확보되지 않으면 개발사들이 추가 개발을 포기할 수도 있다. 또한 예산에 여유가 있는 일부 학교에서만 AI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게 되면 교육격차 해소라는 목표도 요원해진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도 지난 24일 “AI 디지털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할 경우 엄격한 검증 시스템을 거치지 않아 자료 편차,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심화할 우려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는 교과서 지위를 잃는 것을 막기 위해 막판까지 민주당에 절충안을 제시하며 고군분투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과서 지위를 유지하는 대신 AI 디지털교과서 의무 도입을 1년 유예하고, 2025년에는 원하는 학교만 도입하는 안을 제시했다.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야당의 의견을 수용하며, 그 기간 동안 AI 디지털교과서의 효과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교육부는 현장 혼란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이 부총리는 이날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해 “이미 검정을 통과한 2025년 적용 검정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해 학교 현장과 사회적 혼란이 우려된다”며 “교육부 장관으로서 재의요구를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AI 디지털교과서 사용을 희망하는 모든 학교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 방안을 시·도교육청과 함께 마련하고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교육 격차 해소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