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경제단체장과 만나 “재정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기존 윤석열 정부 재정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한 확장재정도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23일 주요 경제단체장과의 오찬간담회를 갖고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한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정부도 그렇고 기업도 연말연시에 하려 했던 행사 등을 계획대로 추진해줬으면 한다. 최근 확정된 내년도 예산안을 최대한 빨리 배정하고 있고, 1월 1일부터 즉각 시행에 들어가 내년 상반기에 전체 예산의 75%를 신속히 집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건설적인 재정의 역할을 결코 마다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찬간담회에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이호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한 권한대행은 또 “현재 우리 경제 여건이 대내외적으로 매우 어렵다. 지금 국정을 책임지는 총리로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 “이러한 위기는 우리가 반드시 극복해야 하고 또 극복할 수 있다. 우리 기업이 능력을 충분히 좀 발휘해 주시고 정부로서도 모든 힘을 다해서 기업이 활동을 제대로 하고 경제가 계속 발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윤석열 대통령 직무정지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통화를 하고 한미일 3국 협력의 굳건함을 재확인했다. 또 유럽연합(EU) 등 주요 우방국과도 소통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고착화되는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상황일수록 멀리 내다보고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글로벌 경쟁 하에서 우리 기업이 다른 국가 기업보다 불리한 환경에 경쟁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반도체와 미래차, 이차전지 같은 국가전략산업 분야에 대한 보조금 지급, 근로시간 규제 완화 같은 대책도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사용했다며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반발한 국회증감법 개정안에 대해선 “기업 핵심 기술이 외부로 유출돼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이 우려됐다. 정부가 국회에 재의를 요구 해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며 “상법 개정이나 법정 정년 연장 같은 기업 경영 활동을 전반적으로 위축시킬 수 있는 법안 논의에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최태원 상의 회장도 “리세션(경기침체)이 오지 않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내수 진작을 더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낼 필요성이 있다. 기업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야겠다”면서 “미래를 위한 기반, 즉 인프라를 조금 더 만들 필요성이 있다. 인공지능(AI)에 관련된 인프라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리세션 어태킹 프로그램을 잘 수립하면 오히려 위기가 기회로 될 수 있지 않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