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기술수출이 금액과 건수 모두 지난해 대비 감소했다. 다만 단일 계약 금액 평균은 상승해 기술력은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18일 기준 올해 제약바이오 기술수출 계약 규모는 약 6조8000억원(비공개 제외)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7조9450억원(비공개 제외) 대비 약 14.4% 감소한 수치다. 건수도 지난해 20건에서 10건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단일 계약 금액은 더 상승했다. 이는 중견 바이오 기업들의 활발한 기술이전 활동과 플랫폼 기술 수출이 이어지며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해에는 리가켐바이오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 수출이 2조2400억원 규모로 성사되며 대형 계약이 주목받았다. 이외에도 종근당, 대웅제약 등이 주도하며 기술수출이 크게 성장했다.
올해는 상대적으로 대형 계약 부재로 전체 수출 규모가 감소했지만, 중견기업들의 기술이전 활동이 두드러졌다.
올 초 기술수출 포문은 LG화학이 열었다. LG화학은 글로벌 희귀비만증 치료제 시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LB54640'을 개발해 4000억원 규모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희귀비만증은 특정 유전자 결함으로 식욕 제어에 이상이 생기고, 비만증이 심화되는 희귀질환이다. 대체로 소아기에 증상이 발현된다.
가장 금액이 큰 기술수출은 HK이노엔, 아이엠바이오로직스, 와이바이오로직스 3사가 공동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항체 신약 후보 물질 'OXTIMA(IMB-101)'다. 이 물질은 미국 내비게이터 메디신에 6월 총 9억4000만 달러(약 1조3000억원)에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고, 8월 중국 화동제약에 총 3억1550만 달러(약 43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 됐다. OXTIMA는 단일 항체 및 이중 항체 신약 후보물질이다. 자가면역질환 항체 'OX40L'을 타깃하는 단일 항체, 그리고 'OX40L'과 'TNF-α(종양괴사인자-α)'를 동시에 타깃하는 이중 항체 등 두 개다.
오름테라퓨틱도 버텍스파마슈티컬(이하 버텍스)에 신약 개발에 쓰는 '이중 정밀 표적 단백질 분해(TPD)' 기술을 약 1조3000억원에 수출했다. 버텍스는 오름테라퓨틱 'TPD 스퀘어'를 활용해 유전자 편집 약물을 환자에게 주입하기 전에 골수 환경을 깨끗이 하는 전처치제를 발굴한다.
이같은 성과에도 기술수출 실적이 전체적으로 감소한 주요 원인으로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대형 기술수출 계약 부재가 꼽힌다. 다만 지난해도 연말에 기술수출 계약이 몰린 만큼 막바지 수출 성과에 대한 기대도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작년 대비 계약금액이나 건수가 줄어든 것은 맞지만, 국내 기업들의 연구개발(R&D)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글로벌 빅파마 수급 상황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내 기업들이 임상 3상까지 가는 자본력이 커진 것도 긍정적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