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경제 위기, 초당적 배려로 풀어야

“탄핵 사태로 글로벌 투자유치 논의가 멈췄습니다.”

예비 유니콘 기업 A사는 사우디아리비아로부터 400억원에 가까운 투자 유치를 앞두고 있었다. 마지막 실무회의를 서울에서 앞두고 계엄령이 발동됐고 탄핵 정국으로 전환됐다. 하루 아침에 우리나라가 '여행 위험국'으로 전락하면서 사우디아리비아 투자 기관들은 한국으로 오지 못했다.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됐는데도, 여전히 조심스러움을 표하며 투자 테이블에 앉지 않고 있다고 한다.

소규모 스타트업까지 탄핵 정국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 탄핵 소추안이 가결됐음에도 여전히 기업들은 불안하다. 헌법재판소 탄핵 심리가 빨리 끝난다고 하더라도, 탄핵안이 인용될 경우 조기 대선 준비 등 최소 4개월에서 길게는 8개월 안팎으로 예상된다.

탄핵 정국이여도 경제는 흐트러짐없이 돌아가야 한다. 시장 안정 조치와 정상화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환율 급등과 주가 폭락 문제는 물론 금융·자본·수출 시장 동태를 24시간 빈틈없이 살피고, 우리나라 기업과 서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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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이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16일 재판관 전체 회의를 통해 본격적인 심리에 착수한다. 1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특히 국내 정치권은 해외의 창에 비춰진 우리나라의 경제는 많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해외투자자 입장에선 우리나라를 대체할 국가가 얼마든지 많다는 사실도 직시해야 한다.

내년 1%대 저성장이 예상된다.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근원인 기업을 살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 반도체특별법·AI기본법 처리로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추가경정예산 등 필요한 조치를 다해 내수 살리기에도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우리에게는 앞선 두차례의 탄핵 교훈도 있다. 당시 권한대행 정부가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었던 데는 초당적 배려가 있어서다. 적어도 경제 만큼은 같이 챙겼다.

정치적 논쟁은 잠시 멈추자. 또다시 '개와 늑대의 시간'으로 돌이켜서 혼란을 가중 시켜선 안된다. 지금의 경제 위기를 어떻게 현명하게 넘기느냐는, 여야 모두에게 다음 스텝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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