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직무대행 체제의 정부가 외교라인 정상화와 정국 안정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미국 등 주요 우방국이 한국의 정치·외교·국방 불안정을 우려하는 가운데 본격 수습에 나섰다.
다만, 주요 현안으로 부상한 2기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선 '임시직'이라는 한계로 인해 긴밀한 논의를 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은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한미동맹을 점검했다.
한미 양국 정상은 이날 오전 7시 15분부터 16분간 유선으로 국내 정치 상황과 한미동맹, 북핵 문제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한 권한대행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고 외교·안보 정책을 차질 없이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미동맹이 흔들림 없이 계속 유지·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양국이 직면하고 있는 북핵 위협과 러·북 협력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미 연합방위 태세를 그 어느 때보다 공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신뢰한다”면서 “철통같은 한미동맹은 변함없고 한·미·일 협력 발전을 위해 한국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도 만나 대통령 비서실과 총리비서실·국무조정실 간 업무 조정 문제를 협의했다. 대통령 비서실이 향후 권한대행 체제를 어떤 식으로 보좌할지를 놓고 세부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대통령 비서실은 한 권한대행의 국정 수행을 보좌하게 됐다.
이에 따라 한 권한대행은 외교, 안보, 국방, 치안 등의 외치는 물론 국정 전반의 내치에 관해 대통령실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릴 수 있게 됐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우원식 국회의장을 찾아 국정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국회와 정부의 협력을 강조하며 국제 신임도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한 권한대행은 이 자리에서 “지금부터 가장 중요한 건 국가 안위와 국민 일상이 한치 흔들림 없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여당과 야당, 정부가 협력해 조속히 국정 안정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미, 한·미·일 등 많은 우방국과 신뢰를 유지하고 안보태세를 굳건히 하고 외교·경제·민생, 특히 어려운 분들의 민생·치안 등 국정에 모든 분야가 원활히 작동하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 의장과의 접견은 한 권한대행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전화를 걸어 제안해 성사됐다.
이날 외교부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미국·일본·중국 등 주요국 주한대사관을 동시에 접촉하고 외교정책 기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외교라인 정상화에 나섰지만 현안으로 지목되는 2기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대응은 녹록지 않으리라고 전망된다. 향후 수개월간 국가 정상 없이 외교에 나서야 하는데 권한대행 체제로는 상대국과 깊이 있는 논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다.
그간 미국에 새 행정부가 출범하면 통상 수개월 내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한국 역할과 비용 부담 확대' 요구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교안 권한대행이 트럼프 당선인 측과 전화 통화를 한 것처럼 이번에도 최고위급 소통 채널을 가동해 물밑 협상에 나서는 동시에 한미 공조를 재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