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당이 원내 리더십 공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야당발 탄핵안과 특검법 공세가 쏟아지고 있지만 이에 대응할 원내지도부가 사퇴한 탓이다. 이 과정에서 계파 갈등이 격화되면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야당과의 주도권 다툼을 위한 단일대오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9일 의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새 원내대표 선출 절차를 조속히 진행해 달라”고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폐기 이후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여당 의원들이 의총(의원총회)를 통해 재추인을 받은 상태였다. 결국 이번 메시지로 추 원내대표가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 됐다. 추 원내대표 사의 표명 이후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지도부 등도 전원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원내지도부에 공백이 생기면서 여당 내에서는 대야 투쟁 전략 부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새 원내지도부 선출 여부를 두고 계파 간 입장이 엇갈리면서 리더십 공백이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친윤(친 윤석열)계와 친한(친 한동훈)계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른바 '퇴진 로드맵'을 두고도 인식이 다르다.
현재 당 주류인 친윤계와 중진들은 임기단축 개헌 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윤 대통령의 퇴진 시기를 일라야 내후년 지방선거나 그 이후로 결정하는 시나리오다. 아울러 이들은 오는 14일에 열릴 예정인 2차 탄핵안 표결에도 불참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에 친한계는 새로운 원내지도부 구성을 통해 리더십 공백을 풀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하야를 포함한 윤 대통령의 조기퇴진이나 질서 있는 퇴진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특히 친윤계가 주장하는 임기단축 개헌 등에 대해서 국민 정서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다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아직도 윤 대통령의 구체적인 퇴진 타임라인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그사이 2차 탄핵안 처리와 조기 퇴진을 두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4선의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은 탄핵보다 빠른 조기 대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윤 대통령이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 본청에서 취재진과 만나 “탄핵 부결을 당론으로 결정한 건 혼란을 막기 위해서였다. 더 큰 혼란을 막으려면 구체적인 정치 일정을 빨리 제시해야 하고 이는 탄핵보다 더 빠른 조기 대선이 국민의 뜻과 지금의 혼란을 막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한민국 대내외적으로 중심이 없어졌다. 미래에 대한 예측 가능성과 관련해 일정을 보여줘야 한다. (조기 대선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했다.
아울러 김용태 의원은 이날 비공개로 열린 의총에서 특검법을 통해 윤 대통령의 위헌·위법 소지 여부를 따져본 뒤 탄핵안을 처리하자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