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이후 국내 증시의 전반적 약세 속에 통신업종만 홀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밸류업 지수 추가 편입에 대한 기대와 함께 저성장 고착화 우려 속 경기방어주로 꼽히는 통신주가 재평가 받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대선이 종료된 지난달 5일 이후 이날까지 SK텔레콤을 비롯한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업종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기간 코스피 통신업 지수는 438.31에서 481.96으로 9.96% 상승하며 전체 코스피 관련 지수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588.97에서 2454.48로 5.19%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이후 국내 증시에서 상승세를 보인 종목은 많지 않다. 통신업종을 제외하면 금융,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종 정도가 상승세다. 트럼프 당선에 따른 수혜주로 꼽히던 방산 분야가 포함된 코스피200 중공업 지수가 그나마 이 기간 5.13% 상승했다. 이마저도 통신업종의 상승 폭에는 못미치는 수준이다.
개별 종목 단위로도 신고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국내 이통3사가 일제히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KT는 지난달 20일부터 하루만 제외하고 연일 상승해 52주 신고가인 5만원을 목전에 뒀다. 이날 KT는 전일 대비 0.41% 상승한 4만9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SK텔레콤은 지난달 말 상승세를 기록한 뒤 6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직전 거래일 대비 0.81% 하락 마감했지만 여전히 6만원선을 유지중이다.
실제 지난달 5일 이후 KT주가는 11.36%, SK텔레콤 주가는 7.60% 상승했다. 그간 주가에 큰 변동이 없던 LG유플러스까지 이 기간 주가가 1만10원에서 1만1520원으로 15.08% 올랐다. 특히 지난달 25일 밸류업 공시 이후 상승폭을 키우면서 이통3사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수출 둔화 우려 등으로 국내 증시 약세가 계속되면서 우량 배당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을 통신주 강세의 요인으로 꼽고 있다. 여기에 다음달 20일로 예정된 밸류업 지수 종목 재조정에 SK텔레콤을 비롯한 통신주가 편입 후보로 꼽히면서 기관 관심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향후 인공지능(AI) 등 성장성에 대한 기대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속속 통신업종의 목표주가를 높여잡는 분위기다. KB증권은 AI 사업에 대한 기대감과 통신 본업의 실적 개선을 이유로 SKT의 목표 주가를 기존 7만원에서 7만5000원으로 7.1% 상향했다. SK증권도 이날 KT 목표 주가를 4만8000원에서 5만8000원으로 올렸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