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보화는 우리나라 정보화 역사의 한 축을 차지한다. 중앙 정보화에 그치지 않고 지역 곳곳 디지털화를 통해 전 국민이 누구나 보다 편리하게 공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했다.
이를 밀착 지원한 곳이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이하 개발원)이다. 개발원은 전자정부 구현과 지역정보화 촉진을 지원하기 위해 1997년에 설립된 행정안전부 산하기관이다. 지난 30여년간 지방자치단체 행정 정보화에 필요한 각종 정보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도로명주소를 쉽고 정확하게 검색하고 관련 서비스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도로명주소시스템' △지방세를 온라인으로 손쉽게 납부하는 '위택스 시스템' △시군구 주민등록 인감 서명의 주민등록 통합행정시스템인 '주민등록정보시스템' 등 주민 생활에 중요한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제공, 지역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개발원은 여기에 더해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시스템 고도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최신 기술을 접목해 한층 더 빠르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디지털 발전으로 인한 혜택을 모두가 동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행정과 디지털을 아우르는 전문가인 박덕수 신임 원장이 취임하면서 개발원 역할과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졌다. 박 원장은 우리나라 정보화 전반을 지원하는 행안부에서 30여년 공직생활을 하다 최근에는 인천시 정무부시장으로 지역 행정까지 속속들이 경험했다. 이 경험을 살려 지역정보화 최고 기관으로 위상과 신뢰를 확고히 하는 게 박 원장 최우선 목표다.
이제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난 박 원장을 만나 앞으로 포부와 비전 등을 들어봤다.
대담=안호천 AI데이터부 부장
-취임한지 한 달이 지났다. 소회가 어떤가.
▲그동안 개발원이 걸어온 길과 이룩한 성과는 단순히 정보화 수준을 넘어 대한민국 디지털 전환과 지역 균형 발전을 선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개발원 원장으로 취임해 이러한 자랑스러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 내려갈 수 있어 매우 뜻깊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지난 30여년 공직생활 동안 디지털 행정 혁신과 지역사회 발전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실질적인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 과정에서 정보화 기술 발전이 단순히 기술 혁신에 그치지 않고 국민 생활 질을 향상시키고 지역 사회의 성장과 연결된다는 것을 직접 체감했다.
이제 개발원 원장으로서 이러한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개발원이 더욱더 앞서 나가는 기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취임 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취임 시기가 국정감사 기간이어서 첫 출근을 국회로 했다. 아직 개발원 업무 파악이 정확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정감사에 참석하게 돼 부담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개발원을 바라보는 모습과 바라는 점을 직접 듣고 체감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를 통해 원장으로서 앞으로 개발원을 어떻게 이끌어나가야 할지 방향성을 잡은데 큰 도움이 됐다.
국정감사 다음날 개발원에서 취임식이 있었다. 직원들과 처음으로 대면한 날이었는데 강당이 직원으로 가득 찼고 자리가 부족해 급히 의자를 추가로 놓았다고 한다. 그만큼 신임 원장에 거는 기대가 큰 것으로 본다. 직원 기대에 부응해 개발원이 최고의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
-임기 중 가장 이루고 싶이 있다면.
▲개발원은 설립 이래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정보화 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에 맞춤형 디지털 솔루션을 제공하며 각 지역 특성에 맞춘 정보화 전략을 수립해왔다. 이는 지역 간 정보 격차를 줄이고 전국 어디서나 공공 서비스를 동등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발판이 됐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최근 행정망 장애 등 여러 이슈로 개발원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있다. 또한 국민의 높아진 눈높이는 우리에게 더 큰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직원에게 전문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 지원을 보다 확대하려 한다. 직원이 정보화 분야 최고 전문가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자신감 있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조직 분위기를 만들겠다.
이를 기반으로 임직원과 힘을 합쳐 개발원이 대한민국 유일 지역정보화 전문기관으로서의 명예와 국민 신뢰를 반드시 되찾겠다.
-내년 개발원 운영에 있어 어디에 중점을 둘 계획인가.
▲우선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 AI나 빅데이터를 활용한 이상 징후 조기 탐지와 보안 강화를 통해 시스템에 대한 잠재적 오류와 사이버 공격을 조기 차단해 서비스 중단과 같은 문제를 미리 예방하겠다.
장기적으로는 노후화된 인프라의 대대적인 개선과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겠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교체를 통해 시스템의 가용성과 복구 능력을 강화하고 트래픽 증가에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겠다.
차세대 시스템 개발에도 힘쓰겠다. 지난 8월 '차세대 지방행정시스템'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6800억 원 규모 차세대 지방행정공통시스템은 공공 분야 역대 초대 규모의 정보화 사업이다.
차세대 지방행정공통시스템 구축사업은 17개 광역시도 공무원이 사용하는 '시도행정시스템'과 228개 시군구 기도단체 공무원이 사용하는 '새올행정시스템'을 통합·개편하는 사업이다.
이 시스템은 주민등록등본 발급, 인감증명서 발급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안정성을 기반으로 혁신적으로 개편할 수 있도록 행안부, 지자체와 사업 시작 시점과 기간 등을 잘 논의해 추진하도록 하겠다.
-개발원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모델도 구상중인가.
▲개발원은 현재 많은 부분에서 위탁사업에 의존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사업은 지역 정보화 생태계를 강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가진 역량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발원만이 할 수 있는 독창적인 사업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기관이 자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나아가 대한민국 정보화 중심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데이터 기반 행정과 지역 혁신을 촉진시키는 '지역통합데이터분석센터' 구축에 힘쓰겠다.
개발원은 현재 50여개 지역정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 속에는 지방행정과 관련된 많은 데이터가 쌓였다. 이러한 지역별 데이터의 통합과 활용은 국가와 지방정부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데 중요한 자산이 된다. 이를 잘 활용해 지역 간 정보 불균형 해소와 보다 효율적이고 투명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개발원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다.
-내년 '정부전용 AI서비스'를 필두로 공공부문 AI도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에서도 AI 도입 관심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개발원의 AI 관련 지자체 역량강화 등 지원 계획이 있는지.
▲개발원은 심각한 사회적 이슈인 지역소멸 문제를 AI를 통해 해결하고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인구감소 지역을 중심으로 생활 속 감춰져 있는 미세한 불편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해소하기 위해 지역과 소통하고 있다.
이러한 소통 결과로 한 지자체와는 전기장판을 사용하는 어르신 가정의 화재 방지와 고독사 예방을 위해 전기사용 패턴 데이터를 종합 분석하는 AIoT 센서를 개발했다. 또 다른 지자체와는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지역 농작물 수확기에 절도사건이 급증하는 것을 예방하고자 경찰의 범죄위험도 예측데이터를 활용한 데이터기반 자율방범대 활동지원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했다. 해당 앱은 AI기술을 활용한 순찰경로를 제시해 적은 인력으로도 효율화된 순찰활동으로 안전한 생활환경 조성에 기여한다.
이러한 성과는 아직 작은 씨앗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지자체와 적극 소통하며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많은 사례를 만들어 나가도록 하겠다.
더불어 지자체 공무원 대상 AI기술 역량 강화에도 노력하겠다. 최근 지자체 공무원들도 AI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생성형 AI를 통한 문서작성 지원과 민원 상담 등 행정 업무에 적극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공공부문에서 AI가 점차 영역이 확장되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신뢰성이 중요한 공공 분야에서 생성형 AI가 제공하는 정보가 잘못된 정보일 가능성은 분명 존재한다. 따라서 제공되는 정보에 대한 지자체 정보 검증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또한 지자체는 개개인과 밀착형 서비스가 많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크다.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을 차단하고 데이터 활용 시에는 법정 규정과 준수사항을 인지하고 지킬 수 있도록 관련 교육도 철저히 지원하겠다.
-공직생활의 경험을 개발원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행안부에서 공직생활을 할 때 공공데이터정책관, 공공서비스정책관, 행정서비스통합추진단장, 전자정부정책과장, 스마트서비스정책과장 등 정보화 관련된 업무를 많이 수행했다.
이러한 경험 덕분에 개발원이 추진하는 사업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시스템을 개발하고 사업을 운영하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과 고생이 따르는지도 잘 안다.
따라서 고생한 직원에 대한 심리적, 물질적인 보상이 잘 이뤄지도록 내부 혁신을 이끌어내겠다. 임직원 소통을 통해 격무 부서 직원과 훌륭한 성과를 이뤄낸 직원에게는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해 직장인으로서 보람을 느끼고 신바람 나는 직장 문화를 만들겠다. 결국 직원이 즐겁게 일하면서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어야 기관 경쟁력 강화와 재도약도 가능하다.
빠른 시일 내 부서 간 협력과 업무효율을 최대한으로 이끌 수 있는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각자 전문성을 존중하고 상호 협력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겠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개발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대한민국의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는 개발원' 참 가슴 설레는 문구다. 하지만 '혁신'은 모두가 공감하고 함께 이뤄갈 때 진정한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발전으로 인한 혜택을 모두가 동등하게 누릴 수 있어야 진정한 디지털 혁신이고, 우리 기관의 역할을 다하였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임기동안 지속가능한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중점을 두겠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매우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그에 따른 환경적, 사회적 도전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정보화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지역 간 격차뿐만 아니라 세대 간, 계층 간 디지털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고 디지털 기술이 모든 국민에게 혜택이 될 수 있도록 하는 포용적인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앞으로 각 지역의 주민들과 긴밀히 협력해 모두가 디지털 전환의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또한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디지털 소외 지역을 위한 특화된 사업을 확대해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디지털 사회 구현에 앞장서겠다. 지속가능한 디지털 생태계는 단순히 기술 발전이 아닌, 사회적 가치와 공동체의 발전을 함께 추구해야 한다.
○박덕수 한국지역정보개발원장은...
충남 부여군 출신(1967년생)으로 인하대 사대부고, 연세대 행정학 학사를 거쳐 1994년 제38회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행정안전부 정보문화과장, 스마트서비스과장, 전자정부정책과장, 행정서비스통합추진단장, 공공서비스정책관, 공공데이터정책관, 인천광역시 행정부시장 등 행정안전부와 지자체 주요 직책을 두루 경험한 중앙과 지방행정 전문가이다.
정리=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사진=김민수 기자 mskim@etnews.com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