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28일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을 삼성SDI 대표로,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하는 인사를 냈다. 이들 삼성 전자 계열사 사장단 인사의 특징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리더십과 능력을 보인 경영인에 대한 신임이다. 수장 대거 교체로 인적 쇄신을 하면서도 기술과 전문성에 초점을 맞춰 초격차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삼성SDI 대표로 자리를 옮기는 최주선 사장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RAM개발실장, DS부문 미주총괄 등을 거쳐 삼성디스플레이 대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과 대표이사를 역임한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다.
2020년 12월부터 삼성디스플레이를 이끌며 디스플레이 업계 최초 8.6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를 결정하고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등 미래 사업도 육성하는 등 승부사적 경영으로 회사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 침체와 중국의 추격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며 탁월한 경영 능력을 보였다.
삼성SDI 주력 사업인 배터리 업계는 최근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가능성 등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고 중국 업체 공세도 심화되는 상황에서 위기 극복이 당면 과제다. 내달 가동을 앞둔 첫 미국 전기차 배터리셀 공장 조기 안정화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공언한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개발도 초격차 달성을 위한 핵심 과제로 꼽힌다.
삼성SDI는 최 신임 대표에 대해 “그간 축적한 성공 노하우와 리더십을 바탕으로 혁신과 회사가치 제고를 지속 주도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청 부사장은 내부 승진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이 신임 대표는 삼성전자 액정표시장치(LCD) 사업부 출신 33년 경력의 디스플레이 기술통이다. LCD부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및 공정 기술에 정통했다. 특히 중소형 OLED 전문가로 애플 아이폰, 아이패드용 OLED를 개발 및 공급하며 삼성디스플레이가 산업 주도권을 쥐는데 기여했다.
이 신임 대표는 핵심 고객사인 애플 제품을 두고 어느 때보다 치열한 공급 경쟁 중인 삼성디스플레이의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이끌 인물로 평가된다. 대표적인 것이 8.6세대 정보기술(IT) OLED 생산기지 투자다. 그는 중소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으로 지난해 시작된 8.6세대 OLED 생산기지 투자를 주도해왔다. 8.6세대 OLED는 업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기술인 만큼 책임자였던 이 신임 대표가 투자를 마무리할 적격 인사로 평가된다.
삼성SDS는 4년 만에 새로운 사령탑으로 이준희 삼성전자 부사장을 승진 내정하면서 클라우드·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분야에 더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이준희 사장은 2006년 삼성전자 DMC연구소로 합류해 무선사업부 기술전략팀장을 거쳐 네트워크사업부 개발팀장과 전략마케팅팀장 역할을 수행하며 역량을 인정받은 정보통신(IT)·통신기술 전문가다.
신임 이준희 대표는 전임 황성우 대표가 취임 후 주력해온 클라우드와 디지털 물류 신사업 성장을 지속 이끌 전망이다. 특히 클라우드는 최근 몇 년간 사업 비중이 커지면서 삼성SDS 영업이익률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이준희 대표 역시 클라우드 비중을 확대하는데 우선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삼성SDS가 최근 생성형 AI 등 AI 역량을 강화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전략도 새롭게 마련할 것으로 관측된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유임되며 전자 계열사 사장 중 유일하게 자리를 지켰다. 삼성전기를 기존 IT와 스마트폰 부품 위주에서 서버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전장용 카메라 모듈, 인공지능(AI) 반도체 기판 등 고부가제품 중심으로 바꾸는 체질 개선을 추진하면서 신사업 성과도 가시화되는 만큼 리더십을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고부가 중심 포트폴리오 재편을 가속화하면서 신사업에서도 성과를 내는 게 향후 과제가 될 전망이다. 장 사장은 기존 플라스틱 기판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고 전력 효율이 높은 유리 기판과 웨어러블 기기용 초소형 전고체 배터리를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다. 2026년 이후 양산이 목표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