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세대 위장약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3세대 위장약 재편 흐름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일본이 주도하는 시장지형까지 뒤흔든다는 목표다.
3세대 위·식도 역류 질환 치료제로 불리는 '칼륨 경쟁적 위산 분비 억제제(P-CAB)'는 칼륨 작용을 방해해 위산 분비를 막는 방식으로 기존 치료제 대비 약효가 길고 편의성 좋아 시장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국내 위·식도 역류 질환 치료제 시장에서도 2020년 7%에 불과했던 P-CAB 점유율은 올해 1분기 20%(19.5%)에 근접할 정도로 성장했다.
국내 1위인 HK이노엔은 2019년 '케이캡'을 출시하며 지난해 처방액 기준 1582억원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는 10월까지 누적 처방액 1602억원을 기록했으며, 사상 첫 2000억원 돌파까지 기대하는 상황이다.
HK이노엔은 국내 시장 성장이 가파르지만 연매출 1조원 이상 '블록버스터급' 의약품 도약을 위해선 해외진출이 필수라고 보고 있다. 이미 브라질, 인도, 몽골 등 총 46개국에 진출했고, 15개국에서 판매 중이다. 2028년까지는 100개국 진출을 목표로 세웠다.
가장 크게 기대하는 국가는 단연 세계 최대인 미국과 중국이다.
HK이노엔은 2021년 미국 현지 파트너사 세벨라에 케이캡 기술수출을 완료했다. 현재 세벨라는 자회사를 통해 미란성과 비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에 대한 미국 임상3상을 진행 중인데, 내달 완료가 예상된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이르면 내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판매허가를 신청, 연말께 판매를 시작할 가능성도 높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P-CAB 계열 위·식도 역류 질환 치료제는 패썸 파마슈티컬스의 '보퀘즈나'다. 뒤를 이어 HK이노엔 '케이캡'이 미국 시장 깃발을 꽂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역시 케이캡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HK이노엔은 2015년 중국 제약사 뤄신에 9500만달러 규모로 케이캡을 기술수출했는데, 연간 100억원 이상 로열티를 수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뤄신은 전체 영업인력 3분의 1 가까이를 케이캡 판매에 투입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가는 만큼 매출도 늘어 HK이노엔 로열티가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르면 2027년에는 한·미·일 3국 합산 매출이 1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HK이노엔 관계자는 “미국 진출 관련해선 파트너사가 임상, 허가 등 모든 절차를 담당하고 있어 정확한 일정을 확인하기 어렵다”면서 “현재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기존 치료제 보퀘즈나 뒤를 잇는 가장 빠른 후속 의약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발주자인 대웅제약 역시 P-CAB 계열 위·식도 역류 질환 치료제인 '펙수클루' 글로벌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2022년 출시한 펙스클루는 지난해 처방액 기준 535억원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1000억원 돌파가 유력하다.
현재 펙수클루가 진출한 국가는 총 30개국으로, 중남미와 동남아 등에 집중돼 있다. 내년부터 대웅제약은 미국과 중국 공략에 집중한다.
우선 미국 진출을 위해 파트너사를 물색 중인데, 내년 중 이를 완료하고 임상시험을 맡길 계획이다. 중국 시장은 올해 판매 신청을 완료한 만큼 내년 펙수클루 판매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