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무인기를 한국군이 보냈다고 재차 주장하면서, 백령도에서 이륙해 서해안을 따라 평양으로 진입했다고 비행 경로를 제시했다.
2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전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대한민국발 무인기의 이륙지점과 침입경로, 침입목적을 확증한 주권침해도발사건'의 최종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국방성 대변인은 추락한 무인기를 완전히 분해해 비행조종 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지난 8일 밤 대한민국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서 이륙한 무인기가 9일 새벽 북한 평양 상공에 진입한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무인기 비행경로를 보여주는 그래픽도 제작해 공개했다. 녹색 선으로 표시된 비행경로는 백령도에서 서해안을 따라 시계방향으로 상승해 평양 상공에 진입했다가 같은 경로를 되돌아 백령도로 내려가는 것으로 돼 있다.
국방성 대변인은 “10월 8일 23시 25분 30초 백령도에서 이륙하여 우리 공화국의 영공에 침범”했으며, “황해남도 장연군과 초도주변의 해상을 지나 남조압도주변 해상까지 비행하다가 변침하여 남포시 천리마구역상공을 거쳐 우리 수도상공에 침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이어 “10월 9일 1시 32분 8초 외무성 청사와 지하철도 승리역사 상공에, 1시 35분 11초 국방성 청사 상공에 정치선동오물을 살포하였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비행 조종 프로그램에는 2023년 6월 5일부터 2024년 10월 8일 사이에 작성된 238개 비행계획과 비행이력들이 기록돼 있었다. 이 가운데 10월 8일을 제외한 나머지 이력은 모두 한국 영역 내에서 비행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북한은 지난 19일 평양시 형제산구역 서포1동 76인민반지역에서 한국군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 잔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에 국방성과 국가보위성 등 전문기관으로 연합조사그룹을 구성하고 분석한 결과 “무인기를 우리 국가의 수도상공에까지 불법침입시킨 사건의 책임을 집요하게 회피해온 '한국군사깡패들'의 가장 저렬하고 파렴치한 도발적 정체가 추호도 변명할 여지없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장 저질적이며 악의적인 불량배국가 대한민국을 포박하고 있는 상전에 대한 맹신과 극도의 도전적 악습으로 인해 우리 공화국에 대한 주권침해행위가 재발하는 경우 모든 화난의 근원지, 도발의 원점은 우리의 가혹한 공세적 행동에 의해 영영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우리군은 이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고,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북한이 무인기 비행경로를 공개한 당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에서 “서울시 상공에 정체불명의 무인기가 출현하였으며 윤괴뢰(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는 삐라(전단)가 살포되었다”며 “우리 군부나 개별단체 또는 그 어떤 개인이 무인기를 날린 사실은 없으며 확인해줄 수 없고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가정한 상황을 언급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더러운 서울의 들개 무리들이 어떻게 게거품을 물고 짖어대는지 딱 한 번은 보고싶다. 세상도 궁금해할 것”이라고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