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규제 쟁점과 전망] '고차방정식 규제'…방향성 이견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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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플랫폼 규제 법안의 주요 쟁점과 전망'을 주제로 학계와 정부 등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호영 한양대 교수, 유영국 한신대 교수, 전성훈 서강대 교수, 이상규 중앙대 교수, 서정 한누리 변호사, 유병준 서울대 교수, 박설민 공정위 과장, 최은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보.

정부가 추진하는 플랫폼 규제 입법에 대한 필요성과 우려가 교차했다. 학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규제를 만들기 위해 고차방정식을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2일 국회입법조사처와 플랫폼법정책학회가 공동 주최한 '플랫폼 규제 법안의 주요 쟁점과 전망' 세미나에서 학계와 정부 관계자들은 규제 방향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우선 플랫폼 규제에 있어 경제학적 관점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플랫폼법의 주된 목적은 관련 시장 경쟁 활성화와 시장 역동성 제고를 통한 이용자 편익 극대화이기 때문이다.

이상규 중앙대 교수는 “이용자 편익이 극대화되는 가장 바람직한 조건은 시장이 완전경쟁적으로 작동해 가격이 한계 비용과 일치하는 것”이라며 “이는 동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수 플랫폼이 서로 가격 경쟁을 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쟁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을 발굴하고 이를 시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규제 법안을 우선적으로 입안하는 것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의 부작용이 순기능에 비해 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는 “규제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 같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는게 문제”라며 “티메프 사태 이후 플랫폼 결제 기한을 40일에서 20일로 줄였으나,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기한을 견딜 수 있는 곳은 대기업 밖에 없어 궁극적으로 독과점만 강화될 것”고 지적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규제 적용에 있어 차별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유 교수는 “당국은 언제나 공정한 규제를 하겠다고 하지만 실효 효과가 증명된 적이 없다”면서 “미국에 있는 삼성전자, 현대차 사업 때문에 우리가 세게 얘기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기에 결국 미국, 중국 플랫폼 기업에 대해 규제 적용은 불가능할 것”이라 내다봤다.

기업에게는 적극적인 자율규제 참여를 요청했다. 유 교수는 “기업 또한 국민의 신뢰를 얻고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해 줬으면 한다”며 “자율규제를 과감하고 시원스럽게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우리 사회가 플랫폼 규제에 대해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 같다고 판단했다.

박설민 공정위 과장은 “사회적 문제와 이슈에 대해 재발 방지책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이 있었기에 이같은 논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입법 자체가 맞자 틀리다라는 논의로 가기 보다는 내용이나 대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정산 기한 단축에 대해서는 “20일은 청약 철회 기간의 만료일로부터 계산되기에 여진히 길다”며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짧다고 하고 경영이 어렵다고 한다면 경영 자질을 의심해 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기존 경쟁법 질서를 바탕으로 한 규제 한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방지 및 거래 공정화 관련 발의안 분석 의견도 냈다. 각 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정밀하게 측정한 결과를 바탕으로 산정된 수치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경쟁 제한적 행위로 인정할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남용 행위 규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가 발표한 입법 방향에 대해서는 플랫폼과 대규모 유통업법 간의 결이 맞는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규모 유통업법은 대형 유통업자와 납품 업체 또는 중소 유통업체 간 발생하는 불공정거래행위의 특수성을 반영해 제정된 법률이기 때문이다.

최은진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보는 “공정거래법에 온라인 플랫폼의 구조 및 특성 등 기본 개념을 명확히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한다”면서도 “온라인 플랫폼도 대규모 유통업법의 적용을 받게 하는 방안은 조금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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