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KERI·원장 김남균)이 국립금오공대, 인하대 교수팀과 함께 수행한 전고체전지 음극재 관련 연구 결과가 에너지 분야 세계 최정상급 저널의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현재 전고체전지 음극재로는 리튬(Li) 금속이 가장 많이 연구되고 있다. 문제는 충·방전을 거듭할수록 리튬 표면에 나뭇가지 모양의 형태로 금속이 자라나는 현상이 발생해 내부 단락을 일으키는 등 전지 수명과 안정성을 위협하는 원인이 된다는 점이다. 리튬 외에 실리콘 음극재도 있지만 낮은 전자·이온 전도도, 부피 팽창으로 인한 균열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이번에 KERI와 대학팀이 제시한 음극재는 주석(Sn) 기반 합금계 소재인 '주석-철 화합물(FeSn₂)'이다. 주석은 낮은 녹는점과 높은 가공성 및 안정성으로 인해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랜 기간 사용된 금속이다. 현재 50% 이상의 주석이 전자회로 제조의 땜납으로 사용되며 그 외 보관 용기, 식기, PVC 안정제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면밀한 기계적 특성 분석을 통해 FeSn₂가 반복적 충·방전 시에도 재결합 반응으로 입자가 작아지는 특성이 있음을 파악했다. 이를 통해 전고체전지에서 내부 고체 입자들 간 접촉을 장기간 밀접하게 유지하고 치밀하면서도 균일한 전극을 형성함을 확인했다. 외부 자극이 가해지는 환경에서도 FeSn₂는 높은 탄성과 변형 에너지를 갖고 있어 균열 없이 전기화학적 안정성도 좋다.
기술 검증을 위해 △FeSn₂ 음극 △니켈6·코발트2·망간2(NCM622) 조합 양극 △황화물 고체전해질(Li6PS5C1)을 적용한 테스트용 전고체전지 완전 셀을 제작한 결과 기존 리튬이온전지 대비 5배 높은 면적당 용량(15.54mAh/㎠)을 달성했다. 아울러 20C 전류밀도에서 3분, 10C 전류밀도에서 6분 등 각기 다른 시간 조건에서 급속 충·방전을 1000회 이상 진행한 결과 70~80% 이상 높은 용량 유지율을 기록했다.
나아가 전고체전지 FeSn₂ 음극을 시제품에 가까운 파우치 셀 형태로도 적용해 성능을 평가했고 255 Wh/㎏ 이상의 높은 에너지밀도를 기록하며 상업적 가능성도 증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우수성을 인정받아 저널인용지표(JCR) 상위 1%의 국제 학술지인 '줄(Joule)' 10월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줄은 네이처(Nature), 사이언스(Science)와 함께 과학 분야 3대 저널로 꼽히는 셀(Cell)의 에너지 분야 자매지로 피인용지수(IF) 38.6에 달하는 세계 최정상급 저널이다.
하윤철 KERI 차세대전지연구센터장은 “우리의 성과는 기존 리튬금속과 실리콘에 치우쳤던 전고체전지 음극재 연구분야의 관행에서 벗어나 주석 기반 합금계 음극재의 큰 잠재력을 입증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창원=노동균 기자 defrost@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