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신와르 추대한 하마스, 20년 만에 '자살 폭탄 테러'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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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현지 시각) 튀니지에서 이스라엘 기습 공격 1주년 시위에 참여한 시위대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의 이스마일 하니예, 야히야 신와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하산 나스랄라 사진이 인쇄된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야히야 신와르가 수장에 오른 뒤 과격한 행보를 이어온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20년 만에 자살 폭탄 테러까지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현지 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랍 정보기관 관계자를 인용, 최근 신와르가 하마스 요원들에게 자살 폭탄 테러를 재개할 때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해당 지시가 내려진 며칠 후,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 폭발물로 가득 찬 파란색 배낭을 멘 팔레스타인 남성이 들어서는 일도 있었다. 목표에 도달하기 전 폭탄이 터지면서 남성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지만 WSJ는 “이 공격은 부정할 수 없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짚었다.

지난 7월 31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이스마일 하니예가 사망한 이후 하마스 정치국 최고지도자자리에 오른 신와르는 하마스 내에서도 '강경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해 여성과 아이를 포함한 1200여 명을 살해하고 250여 명을 납치한 작전의 설계자이기도 하다.

하마스는 오랜 시간 무장 투쟁을 이어왔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는 자살 테러를 중단했다. 국제사회 여론이 악화되고, 이스라엘이 자살 공격에 대응한 정보 수집 수단을 강화하면서 공격 성공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중단되어 온 공격이 재개된 것은 지난 8월 신와르가 정치국 최고지도자에 오른 이후다. 익명을 요구한 아랍 정보부 관계자는 WSJ에 “일부 하마스 고위 인사들이 '자살 테러'에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신와르가 집권한 이후에는 누구도 반대의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신와르와 사망한 하니예는 함께 하마스와 이란의 관계를 구축하는 데 앞장섰지만, 정치적 행보의 결이 달라 의견 대립이 있었다.

신와르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는 이스라엘에 타격을 주기 위해서는 민간인의 희생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며, 하니예 등 온건파는 하마스가 정치 조직으로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장투쟁도 선을 지켜야한다는 입장이다.

신와르는 온건파 인사들을 가리켜 “호텔맨”이라고 조롱해왔다. 가자지구를 떠나 도하(카타르 수도)의 호화로운 주거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꼬집은 표현이다.

반면 온건파는 지난해 10월 7일 테러 사건을 설계한 신와르를 겉으로는 칭찬하는 한편 수면 아래서는 “자만심이 강한 사람”이라는 비난을 쏟아냈다고 한다. 또한 22년간 수감한 신와르가 현실감각이 떨어지고 '정치적 아마추어'라는 비판도 있다고 알려졌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