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 3분기 역대급 실적 예고…유한·녹십자 사상 최고치

국내 상위 제약사들이 올해 3분기에도 역대급 실적을 예고했다. 기술수출, 해외시장 진출 등 성과가 이어지며 분기 최대 매출 경신까지 노린다. 의정갈등 여파로 국내시장이 위축됐지만 적극적인 연구개발(R&D)과 해외시장 공략 등으로 성장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 GC녹십자, 종근당,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 '빅5' 제약사들은 이달 말 2024년도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중 종근당을 제외한 4개 사는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거나 이에 근접하는 성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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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라자

시장 1위 유한양행은 얀센에 기술 수출한 폐암 치료 신약 '렉라자' 효과가 반영되며 역대 분기 매출 신기록을 예고한다. 렉라자는 지난 8월 미국 식품의약품(FDA)으로부터 미국 존슨앤드존슨(J&J) 이중 특이성 항체 '리브리반트'와 병용요법으로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1차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미국에서 1년 약값만 약 3억원으로 책정됐다. 본격적인 처방이 이뤄짐에 따라 지난달에는 얀센으로부터 상업화 기술료 6000만달러(약 804억원)를 수령한다고 밝히는 등 3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이 같은 호재를 바탕으로 올해 3분기 매출액 5516억원, 영업이익 34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 영업이익은 375%나 성장한 수치다. 특히 매출은 분기 사상 최대가 유력하다.

올해 1분기까지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GC녹십자도 3분기 완연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녹십자는 올해 3분기에 매출 4969억원, 영업이익 43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3%, 영업이익은 32% 개선이 유력하다. 녹십자의 매출 역시 기존 분기 최대치였던 4657억원(2021년 3분기)을 넘어 사상 최대치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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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상위5대 제약사 실적(자료: 에프앤가이드, 단위: 억원)

한미약품과 대웅제약도 3분기에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 한미약품은 매출액 3971억원, 영업이익 612억원이 예상된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 6% 향상된 수치다. 대웅제약도 매출액 3556억원, 영업이익 36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4%, 23% 성장이 유력하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아모잘탄, 로수젯 등 블록버스터급 만성질환 치료제 성장이 지속된 데다 중국시장 선전 등이 영향을 미쳐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며 “박재현 대표 취임 이후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리더십도 실적 개선을 견인한다”고 분석했다.

'빅5' 제약사 중 종근당은 유일하게 실적 개선에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는 올해 3분기 종근당이 412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소폭 성장이 예상되지만 영업이익은 20% 이상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노바티스와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하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된 기저효과와 함께 올해 HK이노엔의 '케이캡' 유통 계약이 만료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국내 제약시장은 의정갈등에 따른 대형병원 가동률 하락, 제한적인 영업 등으로 침체가 예상됐다. 하지만 지속적인 R&D 투자와 이에 따른 기술수출, 해외 시장 개척 등이 성과를 거두며 오히려 성장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기준 유한양행,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최대 규모 R&D 투자를 단행하며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시장은 제한적인 시장 규모와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 의정갈등 여파로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빅5 제약사들은 지속적인 R&D 투자를 기반으로 해외시장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