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AI·디지털 대한민국의 담대한 여정

Photo Image
강도현 과기정통부 제2차관

바야흐로 인공지능(AI) 시대다. 최근 몇 년간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8년 전, 알파고가 세계적인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을 통해 AI 잠재력을 세상에 알린 것이 생생한데, 지금은 클릭 한 번으로 수준 높은 영상이 생성되고 음성 합성 기술은 실제 사람의 목소리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했다.

이러한 소식들은 하나하나가 '알파고 쇼크' 이상의 혁신이지만 기술 발전이 너무 빨라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SF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은 “SF작품을 쓰는것이 어렵다. 아이디어가 영화화되기까지 대략 3년이 걸리는데, 급변하는 세상에서 3년 뒤 나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적절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I가 바꾸는 인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인공지능과의 공존과 그 해법

AI는 인류의 삶을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도약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신약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일하는 방식도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생성형 AI를 성공적으로 도입하면 310조원 이상의 경제효과가 창출될 수 있다고 한다. AI를 잘 활용하는 것은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는 핵심 기반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낙관적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성범죄는 AI의 부정적 측면의 단적인 예시다. 또 사이버보안 위협, 개인정보 침해 등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AI가 촉발하는 문명사적 대변혁 시기에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류 역사 궤적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AI의 혜택을 극대화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체계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새로운 디지털 질서 정립, AI 경쟁력 강화 및 글로벌 협력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뉴욕 구상에서 AI 서울 정상회의까지

AI·디지털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딥페이크, 가짜뉴스 등 다양한 쟁점이 떠오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9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새로운 디지털 질서를 정립하고 지켜나가야 한다는 '뉴욕구상'을 발표했다. 이후 하버드대 연설(2023년 4월), 파리 이니셔티브(2023년 6월) 등을 계기로 디지털 신질서 정립 논의를 주도했다. 정부는 국내 의견과 글로벌 논의 동향 등을 종합해 새로운 디지털 질서의 기본방향인 '디지털 권리장전'을 지난해 9월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심화 시대의 쟁점을 구체화한 범정부 마스터플랜 '새로운 디지털 질서 정립 추진계획(이하 추진계획)'을 지난 5월 수립해 추진 중이다.

추진계획은 △AI안전성 확보 △AI저작권 제도정비 △딥페이크·가짜뉴스 대응 등 핵심 과제에 대한 심층 정책연구와 사회적 공론화 계획을 포함한다. 연결성과 즉시성을 특징으로 하는 AI·디지털 기술 쟁점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협력이 필수적임을 고려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상설 논의체를 신설해 회원국 간 논의 상황을 공유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캐나다 UBC 등 유수 연구기관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안도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5월 주요국 정상과 글로벌 기업 대표 등이 참여하는 'AI 서울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AI의 3대 핵심 가치로 혁신, 안전, 포용을 조화롭게 추구하는 '서울 선언'을 도출했다. 대한민국이 기술 수용국을 넘어 글로벌 디지털 규범을 선도하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실제 과기정통부 2차관으로서 OECD,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등 국제기구 회의에 참여하면 세계 각국에서 한국의 AI·디지털 정책 방향에 많은 관심을 표명하며 다양한 협력을 제안해, 국제 사회에서 높아진 위상을 체감하고 있다.

◇국가 AI위원회의 출범과 글로벌화

정부는 새로운 디지털 질서 정립과 함께 AI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AI의 혜택을 확산하기 위한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AI 산업은 AI모델, AI반도체 및 서비스와 디바이스 등 각 분야가 서로 연결돼 가치사슬을 형성한다. 각 분야가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하는 만큼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튼튼한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4월 'AI-반도체 이니셔티브'를 통해 AI-반도체 가치사슬 전 영역에서 추진할 9대 기술혁신 과제를 발표했다. AI모델과 AI반도체, 하드웨어(HW)·소프트웨어(SW) 분야 핵심기술을 개발한다.

하지만, 정부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민관 역량 결집이 필수다. 이에 9월 26일 대통령을 중심으로 민관이 협력하는 최상위 심의 기구로 '국가AI위원회'가 출범했다. 정부는 4대 플래그십 프로젝트로 △국가AI컴퓨팅인프라 확충 △민간의 AI투자 환경 조성 △국가 AI대전환(AX) 전면화 △AI안전 확보 등을 발표했다. 민간에서도 이에 화답해 65조원 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앞으로 국가AI위원회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각계각층 전문가들이 참여해 AI발전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민관 협력 구심점으로서 우리나라가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국제협력을 통한 AI 첨단기술 확보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9월 24일에는 한-뉴욕대 공동 '글로벌 AI프론티어랩'이 개소했다. 글로벌 AI프론티어랩은 과제기획 단계부터 해외 연구진과 함께 연구 주제를 선정했으며, 뉴욕 현지에서 북미 연구진과 우리나라 연구진이 상호 협력해 연구를 수행한다. 연구소장으로 튜링상 수상자이자 AI 4대 석학인 뉴욕대 얀 르쿤 교수와 삼성호암상 공학상 수상자이자 우리나라의 유망 AI연구자 중 한 명인 조경현 교수가 연구를 이끌게 됐다. 연구진들은 △기초원천 AI △신뢰 AI △의료 AI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협력할 예정이다.

또, 정부는 '2024년 공공·산업·일상 AI일상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건강관리 등 일상뿐 아니라 취약계층 돌봄, 산업 공정 효율화 및 자동화 등에도 AI를 확산한다. 화재, 홍수 등 재난 대비와 업무 보조 등 공공행정 내 AI 활용을 촉진한다. 국민의 AI 활용 역량을 제고하고, 안전한 AI 기반 확충도 병행한다.

◇미래 30년을 위한 담대한 여정

1950년대 한국 전쟁 이후 대한민국 경제 성장은 기적에 가깝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이전, 경공업·중공업을 기반으로 빠른 산업화를 통해 국가 경제 기반을 조성하고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룩했다. 이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며 세계 개발도상국의 모범적 발전 모델이 됐다. 기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990년대부터는 '산업화는 뒤졌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기치 하에 본격적으로 IT산업을 육성했다. '초고속정보통신기반 구축 종합 추진계획(1995)'을 필두로, '사이버코리아21(1999)' 등 일련의 국가정보화·정보통신정책을 수립·이행했다. 명실상부한 정보통신 강국의 반열에 올라섰다.

지난 8월, 세계은행은 한국을 '성장 슈퍼스타'라고 언급하며, 중진국 함정 극복의 모범 사례로 꼽았다. 이러한 경제 성장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으며, 세계가 한국의 다음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다. '국가AI위원회' 출범은 30년 뒤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하며 AI·디지털 공동번영의 시대를 열어가는 담대한 여정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

Photo Image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오 AI·디지털정책

O...강도현 차관은

대구 심인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8회에 합격해 정보통신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융합정책과장,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기반과장, 정책총괄과장을 거쳐 2018년 고위공무원이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프트웨어정책관, 인공지능기반정책관, 정보통신정책 실장을 역임하고 2024년 차관에 임명된 정보통신 정책 전문가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