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나노 반도체 방사선發 고장 원인 규명…우주용 반도체 개발 기반 마련

고성능 내방사선 나노소재를 활용한 반도체 개발 연구가 이뤄지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나노소재 반도체에 대한 감마선 영향·원리를 밝혀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한국재료연구원과 공동 연구로 2차원 나노소재 이황화몰리브덴 기반 반도체에 방사선 일종인 감마선이 조사됐을 때 나타나는 전기 특성 변화와 매커니즘을 규명했다고 25일 밝혔다.

강창구 방사선융합연구부 박사팀과 김용훈 재료연구원 박사팀은 먼저 이황화몰리브덴을 활용해 트랜지스터를 제작했다.

이 트랜지스터는 실리콘 기판 위에 전자를 차단하는 절연체와 반도체 물질인 이황화몰리브덴을 층으로 쌓고 전극으로 연결해 전기신호를 처리하는 반도체 소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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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트랜지스터를 방사선 측정용 보드 가운데 부착해 감마선 조사 실험을 진행했다.

이후 트랜지스터에 동위원소인 코발트60에서 나오는 감마선을 조사해 특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감마선 조사량이 증가할수록 트랜지스터에 전류가 흐르는 최소 전압인 '문턱전압'이 높아짐과 동시에 전류가 소폭 감소해 반도체에 오류를 일으킬 수 있는 특이 현상이 관찰됐다.

현상 메커니즘을 분석한 결과, 감마선이 이황화몰리브덴에 조사되면 전자가 비정상적으로 빠져나와 절연체와의 경계면과 공기층(air gap)으로 들어가는 '전자 터널링' 발생이 원인이었다. 또 감마선 조사량이 증가할수록 더 많은 전자 터널링 현상이 일어남을 확인했다.

이는 감마선 등 방사선으로 인한 반도체 고장 원인이 반도체 내부 경계면과 제작공정에서 발생한 공기층일 수 있음을 제시한 것이다. 향후 내방사선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재료연은 트랜지스터를 제작하고, 원자력연이 감마선 조사 및 분석을 담당한 이번 융합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K-센서기술개발사업과 산업기술혁신사업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나노머티리얼즈 8월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향후 연구팀은 방사선 영향평가 분석시스템의 고도화를 통해 나노소재 기반 반도체 소자가 방사선을 견디는 특성을 개선하고, 다양한 회로 수준에서 내방사선 반도체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정병엽 원자력연 첨단방사선연구소장은 “나노소재를 이용한 내방사선 반도체 기술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라며, “방사선으로 인해 화학적.물리적 성질이 나빠지는 열화현상의 근본적 원인을 밝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