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 컴퓨터가 1967년 경제기획원 통계국에 설치된 후 50여년이 지났다. 소프트웨어(SW) 산업은 1990년대 컴퓨터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태동했다. SW 산업의 시작부터 이 시장을 개척하며 역사를 함께 기록한 회사가 티맥스그룹이다.
티맥스그룹은 힘든 길을 걸어왔다. 미들웨어,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운용체계(OS) 등 글로벌 기업이 주도하던 시스템 SW 시장을 공략하며 외산과 경쟁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초반 평가에도 쉼 없이 기술개발을 지속했고, 그 결과 미들웨어는 외산을 제치고 국내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국내 SW 산업이 외산에 장악되지 않고 독자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티맥스그룹의 꺾이지 않는 도전과 투자 덕분이다.
티맥스그룹은 인공지능(AI) 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 지난 28년간 끊임없이 SW 원천기술 개발과 확장을 통해 인프라와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앱)에 이르는 풀 스택을 완성했다. 이를 통해 생성형 AI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할루시네이션(환각현상)'이 없는 챗봇 개발부터 AI와 노코드, 협업을 포함한 슈퍼앱 출시까지 새로운 정보기술(IT) 장을 연다.
무엇보다 티맥스그룹 미래의 중심에는 박대연 티맥스그룹 회장이 있다. 우리나라 SW 산업 발전의 산증인이자 티맥스그룹을 글로벌 SW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박 회장을 만나 AI 시대 과제, 티맥스그룹의 미래 등을 들어봤다.
◇AI 경쟁력, SW에서 나온다
AI 글로벌 경쟁 속에서 우리나라 기업과 정부는 어떤 전략을 가져야 할까. 박 회장은 AI 시대 경쟁력은 SW에서 나온다고 본다.
박 회장은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이 데이터는 전사자원관리(ERP), DBMS 등 여러 SW에서 나온다”면서 “그런데 이 SW에서 나오는 수많은 데이터를 어떻게 취합하고 정제할지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게 작금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AI와 SW가 별도로 구성되는게 아니라 통합돼 함께 움직여야 하는데 대부분 AI만 바라본다”면서 “AI 대표 서비스로 꼽히는 '챗GPT'도 데이터 통합이 아니라 응용프로그래밍환경(API)을 제공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AI와 SW가 결합돼야 제대로 된 AI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시스템 밑단의 데이터를 통합해 모델을 제공해야 AI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다”면서 “데이터 통합이 어렵다 보니 이 부분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진정한 AI 서비스나 나오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SW 관점으로 AI를 접근해야한다고 조언한다. 티맥스그룹의 미래 역시 여기에 있다고 판단한다.
박 회장은 “과거 CPU가 2년에 한 번씩 용량을 늘렸지만 한계에 도달했듯 GPU 역시 지금은 매년 성능을 고도화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 한계에 이를 것”이라면서 “하드웨어 방식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SW로 극복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SW와 AI를 통합하면서 발전해야 AI 무한한 미래를 열 수 있다”면서 “SW 기술을 보유한 티맥스야말로 이 시대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원천기술 없이 AI 미래 없다
박 회장은 티맥스그룹이 AI 시대를 이끌 수 있는 배경으로 원천기술을 꼽았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미들웨어, DBMS, OS 등 수많은 도전을 통해 기술을 쌓았고 AI만 하더라도 지난 10년간 고민하고 연구개발에 매진했다”면서 “30년간 원천기술을 계속 파고든 집념과 노하우가 AI 신기술 개발과 슈퍼앱 비전을 만드는 큰 자양분이 됐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SW 사대주의를 경계했다.
그는 “AI를 비롯해 기술 관련 모든 것은 미국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면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도 못하는데 어떻게 티맥스가 할 수 있냐는 시선도 있는데, 반대로 오픈AI 역시 작은 회사에서 출발해 몇 년 만에 세계적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티맥스그룹을 비롯한 국내 SW 기업 성장 가능성을 주목해야함을 강조했다.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는게 박 회장 의견이다.
그는 “원천기술은 논문수, 특허수를 기반으로 만들어 지는게 아니다”라며 “산업화 기술이 곧 원천기술이고 이는 논문보다 100배 어렵고 외부 공개도 안 한다”고 말했다.
이어 “때론 논문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원천기술을 확보하자고 얘기하면서 SCI급 논문 몇 편을 냈냐는 식의 보여주기식은 안 된다”면서 “누가 얼마만큼 산업에 경쟁력있는 기술을 개발했는지를 봐야 원천기술 수준을 알 수 있다”면서 산업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티맥스그룹은 수 많은 원천기술을 개발·확보했고 여전히 투자 중이다. 누적 투자액만 1조원에 달한다.
원천기술 개발을 직접 진두지휘한 박 회장은 '창의성'이 원천기술을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본다.
그는 “티맥스 미들웨어, DBMS 모두 기본 1위 제품을 부정하면서부터 아이디어가 나왔고 이를 기술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하게 됐다”면서 “문제를 찾는게 가장 어렵고 찾기까지 지난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통을 감내할 수 있어야 원천기술도 나온다”면서 “AI 원리를 연구하는데만 최소 5년이 걸렸고 이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고민하면서 티맥스만의 AI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티맥스, 30년 기술 노하우로 AI 풀스택 완성
박 회장은 티맥스그룹의 AI 경쟁력으로 '통합 기술력'을 꼽는다.
그는 “파편화된 데이터가 아니라 통합된 데이터를 가져야 AI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다”면서 “티맥스는 미들웨어, DBMS 제품 덕분에 밑단부터 데이터를 다루는 능력이 내재화됐고 이를 통해 다른 회사보다 앞선 AI 서비스와 기술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이레벨(고차원)의 AI 풀스택을 확보했다는게 박 회장 설명이다.
박 회장은 “엔비디아는 GPU와 쿠다(SW플랫폼)를 보유했지만 이는 낮은 차원의 AI풀스택에 불과하다”면서 “티맥스는 AI 모델과 앱 데이터(정형), 지식 데이터(비정형) 등 이 세가지를 통합할 수 있는 하이레벨 기술력과 AI 풀스택을 보유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 비정형 데이터 기반으로 챗GPT 같은 앱을 개발하는 수준에 머물지만 티맥스는 정형과 비정형 모두를 아우르는 데이터 통합 기술력도 가졌다”면서 “이는 세계 어느 기업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티맥스그룹은 이 같은 기술력을 발판으로 내달 새로운 AI 챗봇 서비스 '에이톡'을 선보인다.
박 회장은 “기업이 AI 챗봇 서비스 도입을 주저하는 이유는 환각현상, 데이터 유출 등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면서 “에이톡은 환각현상을 없애면서 보안과 비용절감 등 여러 면에서 기업과 개인에 유용한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 회장에 따르면 티맥스는 AI 서비스를 개발할 때 각종 정형·비정형 텍스트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저장하는 지식 플랫인 'KRP(Knowledge Rule Platform)'와 생성형 AI 언어 모델의 일종으로 상대방 질문에 대해 요약·번역·답변 등을 생성해 제시하는 'SPARTA(SuPer App Revolution by Tmax AI·스파르타)'를 이용한다.
에이톡에는 'KRP'와 '스파르타'가 탑재됐다. 스파르타를 통해 채팅 대화의 내용과 맥락을 파악하고, 답변을 위한 필요한 지식을 KRP에서 추출한 뒤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답을 건내는 방식을 따른다.
박 회장은 “에이톡은 챗GPT처럼 지식을 학습하지 않고 구조화(정형화·반정형화)해서 DB에 저장한다”면서 “챗GPT는 확률 기반으로 답변을 생성하기 때문에 잘못된 답변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에이톡은 DB에 있는 지식으로 답변하기 때문에 할루시네이션이 없다”고 전했다.
◇티맥스그룹, AI 바람타고 상장도 순항 기대
티맥스그룹은 지난달 2년 만에 티맥스소프트를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재인수했다. 기존 티맥스티베로, 티맥스A&C와 함께 완성된 진영을 갖춘 것이다.
박 회장은 “티맥스티베로와 티맥스소프트는 클라우드 시대에 걸맞는 제품을 준비하고 선보일 계획”이라면서 “티맥스소프트는 기술조직도 재정비하고 제품 고도화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티맥스티베로와 티맥스소프트는 2028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내실을 다진다.
박 회장은 “두 회사 각각 상장할지 합병 후 단일 회사로 상장시킬지는 내년까지 양사 경영 상황 등을 본 후 판단할 계획”이라면서 “티맥스소프트는 기존 미들웨어 외에 추가 수익 확보를 위한 신제품도 개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티맥스A&C 계열사들도 AI 바람을 타고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티맥스클라우드, 티맥스가이아, 티맥스코어 AI 등 티맥스 A&C 계열사 6개사가 내년에는 손익분기점(BEP)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2026년부터는 글로벌 시장까지 확산해 나스닥 상장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10여년간 투자해 만든 슈퍼앱 '가이아'에 대한 기대도 크다.
그는 “가이아는 비개발자나 일반인 누구나 원하는 앱을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다”면서 “가이아 생태계를 통해 2028년에는 계열사 전체 6조 5000억원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가이아와 티맥스그룹 기술 고도화를 위해 일주일에 40개팀을 만나며 매일 8시간 이상 기술 회의를 이어가는 중이다.
박 회장은 “무엇보다 오랜 기간 티맥스그룹을 지켜봐주고 믿어준 주주와 고객사에 감사하다”면서 “원천기술을 지속 개발하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임직원 모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