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첨단바이오 AI포럼에서 '한국 바이오 스타트업 생태계,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야 하나?'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 연구원은 지난 30년간 한국 바이오 스타트업 생태계의 발전 과정을 돌아보고 성장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하며 향후 발전을 위한 전략적 제안을 내놨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한국 바이오 산업은 1992년 첫 바이오 벤처기업인 바이오니아의 창업을 시작으로 32년차를 맞았다. 현재 바이오 스타트업은 3000개 이상이 활동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 바이오 기업들은 시가총액 29%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 연구비 지원과 벤처캐피털 투자 증가가 주요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다는게 김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작년 말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발표한 2021년 기준 국내 바이오 중소벤처기업 현황 통계에 따르면 약 3660개 바이오 스타트업이 창업했지만 이 중 648개가 폐업했고 3012개가 남은 것으로 집계됐다. 바이오 분야 정부 연구비는 2002년 4515억 원에서 2022년 5조 2000억 원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그는 이 같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한국 바이오 스타트업의 글로벌 경쟁력 부족, 자본 시장 불안정, 생태계의 글로벌화 미흡 등을 한계로 평가했다. 또 자본 시장의 불안정과 정보 비대칭 문제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한계와 문제점으로 글로벌 기업 궤도에 오른 기업은 극소수”라면서 “글로벌 시장과 연결이 미흡하고 국내 시장에만 머무는 경우가 많아 국제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벤처캐피털(VC)의 바이오 투자액이 2021년 1조7000억 원으로 정점을 찍고 2년 후인 2023년 8000억 원으로 감소하는 등 최근 투자 환경이 불안정해진 점도 문제로 꼽았다.
김 연구위원은 바이오 생태계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정부와 민간의 협력, 글로벌화 전략, 제도적 모범 사례 도입 등을 통해 생태계 체질을 개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장기적으로 미국과 같이 민간 자율 상장제도를 도입하고 단기적으론 상장유지 제도를 개선해야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현행 제도가 미국과도 많이 다르고 여러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안 맞는 부분들이 많다”면서 “지금까진 창업자가 주역이 되서 바이오 산업이 성장했다면 앞으로는 벤처캐피털을 숨은 주역으로 발탁해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자율 상장제도는 미국과 같이 상장 주관사와 스타트업간 계약에 따라 상장을 추진하고 상장주관사는 기업평가와 기관투자자 수요조사를 토대로 상장 여부를 결정하는 식이다. 또 상장을 유지하는 조건도 경영실적에 연동한 조건을 폐지하고 시가총액 최저선 등으로 조건을 대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증권집단소송 제도를 개선하거나 주식시장 감독 강화 등 제도가 뒷받침된다면 바이오 산업 생태계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의 지원이 단순히 자금 지원에 그치지 않고, 규제 완화와 같은 제도적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면서 “특히 국내 규제를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관점에서 재검토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바이오 스타트업이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문화와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 연구원은 “실패를 통한 성장을 위해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며, 실패를 용인하고 체험이 공유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한국 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술, 자본, 인프라, 제도 모두가 조화를 이뤄야 하며 이를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