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김영도 전문대교협 회장 “능력중심 사회로 인식 전환해야…직업교육법 법제화·유학생 유치 현안 해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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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도 회장은 전문대의 인식 제고를 위해 직업교육법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정하정 PD)

“앞으로 능력중심 사회로 변화해 가야 하지만 사회적 인식은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능력중심 사회인 독일과 같은 나라를 보면 굉장히 부럽죠. 선진국 직업교육체제가 바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전문대는 직업교육을 위한 훈련소라기보다 여전히 2년제 학위과정이란 인식이 강하다.이와 달리 미국, 유럽, 일본, 대만 등 해외 국가의 직업교육 흐름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직업교육 선진국인 독일은 1800년대 직업조례법을 제정하고 1930년 최초 마이스터 자격시험을 실시했다. 일본만 해도 직업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대학 체제를 변화시켜 수년 전 '전문직 대학'을 만들었다. 대만은 과학기술대학으로 재편에 직업교육을 강화했다. 미국도 바이든 정부에서 커뮤니티 칼리지를 무상교육화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직업교육의 필요성이 중요해지면서 실질적인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5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신임회장으로 취임한 김영도 회장은 사회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전문대의 상황을 반전시켜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직업교육법을 법제화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전문대교협 회장직에 도전한 이유는.

▲1997년 동의과학대 임용 이후 30년 가까이 전문대에서 일했다. 전문대가 국가와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역할이 크지만 여전히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반대도 마찬가지지만 전문대 재정 자립도는 굉장히 낮다. 국고지원사업에 의존하지 않으면 운영할 수 없다. 고등직업교육 발전을 위해 재정 확보가 우선인데 해결 방안에 대해 고민해 왔다.

-취임사에서 '직업교육기본법', '고등·평생직업교육재정교부금법' 추진 등을 언급했다. 해당 법안이 필요한 이유는.

▲직업교육법이 1960년대에 만들어진 미국과 유럽은 최근 직업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법 개정을 통해 직업교육을 뒷받침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직업교육에 대한 기본법 자체가 없다. 유·초·중·고등, 평생·특수 교육법까지는 있지만 직업교육은 단 몇 줄 설명으로만 돼 있다.

국가와 지역사회가 미래 인력 양성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직업교육 분야는 기본적인 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기본법이 마련돼야 재정을 뒷받침할 근거가 된다. 21대 국회에서도 법안이 만들어졌었지만 상정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 다시 한번 노력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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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가 한국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정책 추진 등 여러 측면에서 여전히 소외당한다는 의견에 대한 견해는.

▲한국 사회는 여전히 학벌과 학력을 지향한다. 다양한 인력 양성을 통해 체제를 만들어야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 모두 대학 진학만을 바라보고 있다. 과거에 비해 직업교육에 대한 수요는 중등 과정이나, 학령기 연령층에서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직업교육을 원하는 대상은 늘고 있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재취업, 창업, 재교육이 필요해지면서 직업교육을 받는 연령 범위는 점차 넓어지고 있다. 실제 성인학습자 입학자 수를 보면 매년 증가 추세다. 일반대를 졸업하고 전문대에 재입학하는 유턴 입학도 늘고 있다. 그만큼 직업교육은 중요하다.

지역사회 소멸 문제가 심각하다. 청년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면서 인구가 감소하고 지역 활력이 떨어진다. 해당 지역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전문대 직업 교육이다. 해외 유학생을 유치해 교육하고 그 지역에서 졸업 후 취업하고 정주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앞으로 지역사회에서 전문대 역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 본다.

-유학생 유치가 시급하지만 어려움이 있는데.

▲대학에서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부분이 '비자 발급' 문제다. 어느 지역에서는 같은 조건에서도 비자를 잘 내주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대학이 있어 법무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대학도 가만히 앉아서 유학생을 기다릴 수만은 없다. 유학생 한국 정착을 위해 교육과정도 정주형 교육과정으로 전환해야 하고, 새로운 틈새도 찾아야 한다.

지금 부족한 직업군 중 하나가 요양보호사다. 이 일을 하려면 해외 인력이 30~40대가 될 즈음인데 한국어 검정형 자격증 시험을 치르는데 통과가 힘들다. 이를 자격제도로 전환하는 것을 산업인력공단에 계속 요청하고 있다. 요양보호 산업과 관련된 부처가 보건복지부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를 설득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컬대학30에서 단 한 곳에 그쳤던 전문대가 올해는 다수 선정됐는데.

▲글로컬대학에 다수의 전문대가 오른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지난해 결과를 보고 전문대가 선정될 수 있을까 우려가 있었지만, 올해 결과를 보고 앞으로도 가능성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지역에서 글로벌 수준의 대학을 만든다는 것은 형태상 조합보다 글로벌 수준에 준하는 교육 모델이 필요하다. 내년에는 더 많은 전문대 연합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인공지능(AI)시대, 디지털 대전환 시대로 개편되고 있는데 전문대 준비 현황은.

▲전문대 교육과정에도 AI, 하이테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 변화를 많이 반영한다. 교육과정상 AI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활용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디지털화는 많은 부분에서 실행되고 있어 디지털 도구를 교육에 접목해 활용하고 있다.

지자체는 미래 지역사회를 위해 신산업 첨단전략 산업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는 다양한 인력이 필요하다. 일반대에서 육성하는 R&D 인력도 필요하지만 기술을 만들어 운영하는 전문대 현장 실무 인력도 필요하다. 신산업 분야에서 전문대가 해당 분야 기술 변화를 분석하고 인력 양성을 위해 반도체 학과, AI학과 등을 신설해 교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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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도 전문대교협 회장. (사진=정하정 PD)

-교육혁신이 화두인데 한국에서 직업교육의 방향은.

▲직업교육은 지금도 토대는 갖추고 있다. 내년부터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로 전환되면 지역에서 전문대 역할과 위상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것이 중요하고 평생직업교육으로서 지역민이 열망하는 새로운 직업교육의 장을 열어 줘야 한다. 지역산업체와 지역 공동화를 해결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라이즈 전환에 따른 전문대의 우려는.

▲아직 제도 시작 전이기 때문에 많은 걱정이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지자체와 많은 논의를 하고 있어 모든 지원이 한쪽으로 쏠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앙 중심 지원 사업이 이제는 지산학 중심으로 바뀌는데 대학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중앙 배분 형식에서는 대학끼리 경쟁해 저마다 자기 학교만 살아남는데 급급했다면 이제는 지역에 얼마나 기여하고 함께 살아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대학 각자의 노력보다 함께 힘을 모으는 쪽으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상생을 위한 경쟁을 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130개 전문대 입장을 모으기 위한 방안은.

▲대학 나름의 생존의 문제가 있다. 좋은 프로그램을 공유해 많은 대학에서 확산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그간 전문대 회원 대학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많이 해왔지만, 이제는 체제를 정책 대응형으로 전환하려 한다. 전문대교협이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전히 규제가 상당하다. 정책적으로 근거와 논리가 필요한 부분에 적극 대응해 나가려고 한다. 회원대학 총장과 구성원에게 함께하자는 호소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김영도 회장

동의대 기계설계과를 졸업하고 부산대 대학원에서 공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1997년 동의과학대 교수도 임용돼 기획실장, 부학장, 부총장을 역임했다. 교육부 자격정책심의회 위원, 부산·울산·경남·제주 지역 전문대학총장회장, 고등직업해외인재유치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동의과학대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