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이차전지 바인더 성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면서 친환경 소재까지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한국전기연구원(KERI) 절연재료연구센터 임현균·강동준 박사팀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유정근 박사, 성균관대 김종순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로 실록산(siloxane) 기반 양극용 바인더 제조 기술을 개발해 국제 저명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했다.
이차전지 성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전극은 전기를 발생시키는 '활물질'과 전기의 흐름을 돕는 '도전재'를 바인더와 함께 용매에 섞어 제조한다. 바인더는 활물질과 도전재가 금속판(집전체)에 잘 붙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전극을 물리적으로 안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리튬이차전지용 양극 바인더 소재로는 불소계 고분자 물질인 폴리비닐리덴 플로라이드(PVDF)가 주로 사용된다. 다만 PVDF는 일본과 유럽 일부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무엇보다 매우 강력한 탄소(C)-불소(F) 결합으로 구성돼 자연적으로 거의 분해되지 않아 '좀비 화합물'로 불린다. 분해가 어렵다 보니 주변 환경에 긴 시간 잔류할 뿐만 아니라 연소시킬 때 상당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유럽연합(EU)에서는 PVDF를 사용 규제 대상으로 논의하고 있다.
이번에 개발한 양극 바인더는 실리콘과 산소로 이뤄진 화합물인 실록산을 적용해 전기적 특성이 우수하고 화학적으로도 안정적인 점이 특징이다. 임현균·강동준 박사팀은 수년간 나노복합 기술 연구를 통해 유·무기 소재의 장점을 모두 갖는 '하이브리드형 실록산 수지 제조기술'을 확보했고 이를 양극용 바인더에 적용할 수 있는 분자구조 설계 및 합성 제어기술까지 개발 완료했다.
성능 검증에서도 PVDF가 적용된 기존 바인더보다 1.4배 이상 높은 수명 안정성을 가지는 등 우수성을 확인했다. 이로써 EU의 환경 규제를 피할 수 있을뿐 아니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양극 바인더 해외 의존도 축소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임현균 박사는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양극 바인더는 국내에 전문 기술 및 기업이 없어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록산을 활용한 우리의 친환경 바인더 기술이 기존 PVDF를 대체하고 전기차 등 고용량 전지를 필요로 하는 제품의 안전성과 수명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노동균기자 defros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