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오치영 지란지교소프트 창립자, “꿈의 생태계 숲 일궈 100년 기업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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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영 지란지교소프트 창업자가 창립 30주년 소회를 밝히고 있다.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꿈만 같다고 했다. 30년이면 세대가 바뀌는데 그 동안 살아남았고, 여전히 꿈을 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면 정말 100년도 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고 했다.

창립자인 오치영 지란지교소프트 최고드림오피서(CDO) 겸 지란재팬 대표는 신념이 확고한 사람이다. 목표(꿈)를 정해서 도전하고 포기하지 않고 정진한다면 바라는 바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30년, 40년을 넘어 100년도 꿈꿀 수 있는 건 이 같은 그의 사업 철학 때문이다.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SW) 개발사 지란지교가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지란지교소프트보다 오래된 국내 SW 기업이 손에 꼽을 정도로 그야말로 1세대 기업이다. 3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며 자회사와 계열사를 포함한 법인이 22개사, 지난해 기준 그룹 매출은 약 1000억원, 직원수는 700여명을 달하는 지란지교그룹으로 성장했다.

오 CDO는 30주년이라는 이정표를 만나 '100년 기업'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란지교그룹을 일군 30년이 나의 꿈에서 우리의 꿈으로, 다시 모두의 꿈으로 확대되는 과정이었다. 컴퓨터가 좋았던 청년들이 설립한 지란지교소프트가 규모가 커지고 '드림플랫폼'을 통해 그룹으로 성장했다면, 이제는 '지란포레스트'로 꿈의 생태계를 일궈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오 CDO는 우리 함께 꿈(Dream)꾸고 도전(Challenge)하고 나아가자(Keep Going)고 말한다. 또 과정을 즐기자고 강조한다. 그의 왼팔뚝 안쪽에 새겨진 '그 여정이 바로 보상이다(The Journey is the Reward)'는 문구가 말해준다. 그가 '여전히 에너지가 넘친다'는 말을 듣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 CDO를 만나 지란지교 창립 30주년 소회와 지란포레스트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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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영 지란지교소프트 창업자(오른쪽)가 안호천 AI데이터부장과 지란지교그룹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대담=안호천 AI데이터부 부장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기 위해' 컴퓨터를 좋아하던 4명의 친구가 뭉쳐 시작한 지란지교소프트가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꿈만 같다. 사실 창립 10주년 때는 나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껴 전문경영인을 모셔 오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20주년엔 어떻게 하면 회사를 스케일업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30주년인 지금도 여전히 꿈을 꾸고 있다.

회사를 20년 이상 다니는 직원들이 많다. 재직기간이 긴 직원들은 자기 역할을 잘하고 있으며, 리더십의 세대교체가 상당 부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회사에서 오래 일하고 싶은 직원들은 일하고 외부로 나가 창업하고 싶은 사람은 창업하고, 또 새로운 세대가 성장해 역할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낸 것을 보면 올바르게 잘 해왔단 생각이 든다. 정말 100년 가는 회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긴다.

-30주년을 맞은 지란지교가 100년 기업을 말했다.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는 데 무엇이 중요하다고 보는가.

▲문화 유지와 건강한 세대교체 이 두 가지다. 회 사문화는 정하는 게 아니라 찾는 것이다. 지란지교는 자유롭고 도전적인 기업 문화를 통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IT 기업이라고 자부한다. 사내 문화를 흔들리지 않고 잘 유지하는 게 기술과 돈보다 더 중요하다. 내가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오너십을 갖고 지란지교 문화 '뿌리'를 지키는 것이다. 그다음은 건강한 세대교체다.

-지란지교를 어떤 기업으로 키워왔나. 또 지란지교는 IT 보안업계, 한국,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기업인가.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서 사업을 시작했다. 그게 바로 컴퓨터 비즈니스였다. 나는 보통의 사람이고 지란지교도 창업 당시 보통의 기업이었다고 생각한다. 지란지교는 보통의 사람과 보통의 기업이 일관된 꿈을 꾸고 꾸준히 도전한다면 일정 수준의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다. 모두가 목표를 신중히 정한 뒤 배수진을 치고 포기를 하지 않으면 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본보기가 되지 않나 싶다.

먼저 지란지교 30년을 돌아보면, 국내 IT 보안 업계에 한 축을 대표하는 기업이 됐다. 이메일 보안, 모바일 보안(MDM), 정보 유출 방지, 개인정보 보호 등 분야를 선도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그룹 매출 기준으로도 보안 업계에서 손에 꼽히는 기업이다.

일본 비지니스 20년을 놓고 보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한국 IT 보안 기업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일본 시장에서 매출 170억원을 달성했다. 스팸스나이퍼, 다이렉트클라우드 등 일본에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솔루션도 늘어나고 있다. 지란지교 그룹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일본 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역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일본 시장 상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성장 발판을 강화할 계획이다.

스타트업 투자도 10년간 진행했다. 지란지교 그룹은 자유롭고 도전적인 문화를 바탕으로 한 창업 생태계를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많은 사람이 도전할 수 있도록 배경이 되는 것이 지란지교 그룹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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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영 지란지교소프트 창업자가 지란지교를 100년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30년을 돌아보면 고비도 많았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시기는 언제인가. 어떻게 대처했나.

▲한 번도 쉬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처음엔 몰라서 어려웠고, 나중에는 아니까 무서웠다. 시장 상황이 좋으니 우리가 잘 못해도 잘하는 줄 착각하다 위기가 왔고, 우리는 잘하고 있는데 시장이 안 좋아 위기를 맞기도 했다.

처음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2003년 초가 가장 힘들었고 꽤 오래 갔었다. 2020년 코로나19 초기에도 예상치 못한 위기가 3가지 이상 겹치면서 단기적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다.

모든 위기엔 기회도 있다. 위기에만 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위기에 할 수 있는 것을 했고 도약의 발판으로 삼았다.

-꿈, 도전, 지속적인 전진 정신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생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 회사다. 하루의 3분의 1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게 된다. 인생이 행복해지려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하는 시간이 행복해야 한다. 좋아하는 일이 잘하는 일이 됐을 때 행복하게 일하는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찾는 과정을 우리는 꿈을 찾는 과정이라고 부른다. '도전'은 내가 좋아하는 일, 꿈을 찾았다면, 이를 향해 도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속적인 전진은 꿈을 향해 도전을 지속해야만, 바라는 바를 달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인생과 사업, 그리고 등산 모두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걸만한 꿈을 신중하게 찾아야 한다. 그리고 배수진을 치고 도전해야 한다. 그 뒤에 포기 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정상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직함(드림오피서)이 인상적이다. 어떤 의미인가. 또 지란재팬 대표직을 이어오면서 일본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 시장을 주목한 이유와 성과는.

▲꿈을 꾸고 도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인생을 걸만한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도전할 수 있게 조그마한 힘이 돼주고 싶다는 마음이 담긴 직함이다.

일본 시장은 우리나라보다 최소 5배에서 최대 20배까지 크다. 한국에서 드린 노력과 시간 3배만 들이면 최소 5배 이상의 보상이 있는 곳이 일본 시장이라는 의미다. 심지어 같은 시간대를 사용하고, 이동에도 2시간밖에 안 걸린다.

한국과 일본이 힘을 합쳐 일본을 통해 글로벌로 가자는 재팬 투 글로벌(Japan To Global)을 위해 지란재팬 대표를 맡고 있다. 재팬 투 글로벌은 일본에 수출한 제품을 가지고 해외로 진출하거나 일본 진출을 기반으로 해외로 나가자는 게 핵심이다. 재팬 투 글로벌로 일본 시장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고 네트워킹 환경을 구축해, 한국기업의 일본 진출에 이바지하려고 한다.

-일본 시장에서 분위기와 진출 노하우를 전수한다면

▲일본 자회사 5곳 중 2곳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보안과 클라우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등 분야에서 성장세도 가파르다.

일본은 한국보다 큰 시장이지만 그만큼 더 공을 들여야 한다. 성과가 나올 때까지 참을 수 있는 체력과 여유가 있으면 되는 곳이다. 안되는 이유는 노력도 안 하고 기다리지도 못해서다. 기다리고 노력하면 성과를 낼 수 있는 시장이다.

대리인을 세우지 않고 대표 등 의사결정권자가 직접 발로 뛰어야 한다. 양국의 기업 간 의사소통 구조를 보면 실무자-책임자-통역-대표까지 의사가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다. 대표가 직접 관여해 상황을 보고 결정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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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영 지란지교소프트 창업자가 재팬투글로벌(Japan to Global)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박승애 지란지교소프트 대표, 조원희 지란지교시큐리티 대표 모두 내부 출신 CEO다. 지란지교 철학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인 것 같다.

▲맞다. 직계열사 대표는 모두 내부 출신이다. 특히 평사원으로 입사해 대표이사로 성장한 인물은 12명에 이른다. 나는 지란인을 사랑한다. 사명인 지란지교는 지초와 난초같이 향기로운 사귐이라는 의미다. 인연을 소중하게 여긴다.

-'드림플랫폼'에서 나아가 '지란포레스트'라는 새로운 생태계를 제시했다. 자세히 설명한다면.

▲지란 1.0은 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로드맵이었다. 20주년에 발표한 지란 2.0은 구성원들이 꿈을 이룰 수 있는 드림 플랫폼을 구성하는 것이었다. 30주년을 맞이한 올해 지란지교 그룹은 지란 3.0으로 나아간다. 지란 3.0은 누구나 꿈을 추구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드림플랫폼과 지란 포레스트의 차이는 영향력을 미치는 범위라고 할 수 있다. 드림플랫폼이 지란지교 그룹이라는 틀 안에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었다면, 지란 포레스트는 에코시스템으로 자생할 수 있는 기반,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 포레스트는 곧 다른 포레스트를 구성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도 있다.

'나의 꿈→우리의 꿈'이 드림플랫폼이며 지란지교 그룹이라고 한다면 우리들의 세대가 바뀌어도 바뀐 세대들의 노력이 다시 시드가 되고 비료가 돼서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담은 뜻이다. 나무가 죽더라도 숲은 살아 있다. 100년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지란포레스트다.

회사 내부에서 스타트업처럼 치열한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오픈 이노베이션을 해야 하며, 스타트업 투자도 매번 성공할 수 없다. 그렇기에 숲의 생태계와 같이 꿈의 생태계를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다.

-국내 창업 생태계에 대해 평가한다면

▲한국의 창업 생태계는 빠르게 성장했다. 빠른 성장·빠른 적응이 강점인 한국 국민성이 스타트업과 잘 맞는다. 일본과 독일 국민성이 제조업과 잘 맞아 제조업 시대에 크게 성공했다면, 스타트업 시대 도래로 한국의 미래가 굉장히 기대된다.

-현재 오치영이 26세 청년 오치영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두려워 마, 꿈의 힘을 믿도록 해, 절대 포기 마. 그리고 'The Journey is the Reward'의 가치를 기억하길 바라.

-10년 뒤 40주년엔 지란지교는 어떤 모습일까.

▲우선 100년 가는 기업이 되길 원한다. 우리가 꿈꿔온 것들이 발전하고 현실화했으면 좋겠다. 또 해외 매출 비중이 절반 이상이 됐으면 한다.

1대 주주로 있는 지란지교 계열사의 매출은 약 1000억원에 이르고,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2대 주주 기업까지 포함한 지란지교 패밀리사의 매출은 약 1700억원이다. 지란지교 패밀리사가 매출 100억원을 달성하는 데 13년이 걸렸다. 이후 12년이 지나 1000억원을 돌파했다. 다음 목표는 2030년 매출 1조원이다. SaaS 기업으로 매출 1조원을 기록하게 된다면 의미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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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영 지란지교소프트 창업자가 '지란포레스트' 비전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오치영 지란지교소프트 CDO는

1969년생으로 국내 대표 1세대 SW 기업 창업자 중 한 명이다. 1994년 충남대학교 전산학과 졸업을 앞둔 그는 창업을 선택했다. '삼성 SW 멤버십'에 함께 참여한 친구 3명과 함께 SW 개발 기업 지란지교소프트를 설립했다. 창립 10주년을 맞이한 2004년부터 일본 시장 진출을 추진했다. 2011년 지란재팬을 설립하고, 일본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창립 20주년을 맞이한 2014년엔 차세대 리더 양성과 지란지교만의 기업 문화 확산을 위한 드림플랫폼 구축을 선언하고 주요 사업부를 분사시켰다. 2014년 분사한 지란지교시큐리티는 2016년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국내 대표 메일보안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오 CDO는 지란지교소프트 대표에서 물러나 계열사 대표들에게 경영을 위임하고, 해외 사업 대표와 지란지교소프트 CDO 직책을 맡아 꿈을 추구하는 기업 문화가 뿌리 내리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투자형 지주사 지란지교챌린지스를 설립하고 투자·멘토링 등을 통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조재학 기자 2jh@etnews.com, 김민수 기자 m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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